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의건 자의가 아니건 타인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좀 나쁜 놈입니다.)
최근 KT의 모바일 idea 공모전 건을 보면서 하게 된 생각을 적어본다. 이 생각은 지난 여름에 공모전 발표 논란때 했던 생각인데, 오늘에서야 실제 글로 작성하게 된다.
1. 빨간머리 앤
청소년기에 많은 학생들이 읽었을 미국의 동화/소설인 『빨간머리 앤』에는 이런 일화가 삽입되어 있다.
앤이 중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은데, 문학 선생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을 공모한다. 당시 1등 상품은 타자기였나 어쨌나....??
앤은 그 공모전에 참석하기 위해서 열심히 글을 써서 선생한테 가져갔지만, 표절이라면서 심하게 질책을 받고,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신이 썼다고 생각한 글들이 사실은 자기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의 짜집기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 후 앤은 자신의 고아원시절 배고프던 기억을 되살려 단편을 써냈고, 선생으로부터 1등은 아니지만 특선이라는 이름으로 뽑히게 된다. 1등에 해당하는 자격은 없었고....!!
2. 게임 잡지사의 게임 기획 공모
내 친구중 한 명은 지금도 게임회사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이런 일을 대학생 시절부터 계속 해 오고 있는데, 그 친구는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에 파묻혀 살아온 녀석이다. 따라서 게임을 많이 접해오고 있었고, 결국 게임에 대해서는 도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게임 기획일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던 쯤에 게임 잡지사에서 게임 기획을 공모했었다. 경품은 물론이고, 1등을 하면 게임으로 제작하겠다는 것이 당시의 잡지사의 입장이었다. 친구는 성심성의것 기획안을 만들어 응모했지만, 게임 잡지사에서는 접수된 기획안들이 수준 이하라는 이유로 1등 없이 몇몇만 발표를 했었다. 물론 친구 기획안은 입상권에는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발했었다. 기획안들이 완성도가 떨어져서 실제 게임으로 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공모전에 약속한 1등부터 수상시키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겠는가???
3. KT의 idea 공모전
국내 대기업인 KT가 지난 10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idea 공모전 응모를 받았다.
상금도 많았었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 같지만 결과는 영 이상했다.
본상 수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주최측이 의도한 공모 방향에 맞는 것이 124건이나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미 사내에서 검토되었던 것으로 이미 진행중이거나 진행을 검토해 왔기 때문에 시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응모자 전원에게 문화상품권을 참가상 명목으로 시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공모전을 했다면 기본적으로 계획했던 만큼 입상시켜주고, 부상을 내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이는 마치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놓고, 참가자 전원이 좋은 기록이 안 나왔다고 대회 자체를 취소시키거나 입상자를 한 명도 안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좋은 idea가 접수되었는데, 이미 회사 내에서 검토되거나 이미 진행중이었던 것이었다고 할 때,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idea가 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치는 동등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0~3년 정도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발표된 논문들은 그 업적이 노벨상 수상작 대상이 됐을 때 똑같은 비중으로 처리되고, 공동수상이 되곤 한다. 뉴턴보다 수십년 늦게 미적분을 개발한 라이프니쯔의 업적을 현대에 뉴턴의 업적과 동일시하여 인정하는 것은 익히 다들 알고 있는 사항일 것이다. (사실 현대 미적분학을 보자면 명백한 라이프니쯔의 승리다.)
KT가 기획하던 것이 공표된 것이 아니라면, KT 내부 기획안건이나 공모전 응모 안건이나 똑같은 가치가 있는 것이고, KT는 그 안건에 대해서 수상시켰어야 한다.
4. 『과학교사를 위한 빛과 파동』
최근 읽게 된 이 책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3명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비록 내가 배울 건 조금밖에 없었지만, 과학교사가 주의해야 할 점 등등을 잘 짚어줬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매형이 대출해 주셔서 읽게 됐는데, 읽으면서 의문점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중 일부는 내 블로그 글을 참고해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참고문헌에는 몇몇 현존하는 출판물만 기록되어 있고, 추가로 몇몇 사진을 인터넷에서 퍼다가 사용했다는 기록만 남아있다. 꼭 내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이런 책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현재는 참고하는 사이트가 수십군데는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이트들은 쏙 빼놨다.
참고 사이트는 참고서적과 동일한 가치가 있다. 참고 사이트를 생략한다는 것은 인터넷의 정보는 공짜라고 인식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얻은 결과물들은 저작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도의적인 수준에서 해줘야 할 문제가 아닐까?
5. Report World
최근 듣기 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중간에 나오는 광고에는 Report World라는 사이트의 광고가 흘러나온다. 내가 듣기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해 온 것으로 보이는 이 광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광고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이 사이트가 적절한 사이트냐 하는 부분의 문제다.
학생들이 교수, 또는 선생들과 수업을 듣게 될 경우에 강제로 듣는 경우를 제외하고, 스스로 들을 경우에(특히 대학교의 경우에...) 교수 또는 선생과 내주는 과제를 제대로 처리하겠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한 것과 같다. 하지만 그렇게 듣기 시작한 뒤에 과제를 내주면 Report World 사이트에서 download하여 적절히 편집하고 수정, 보완하여 리포트로 낸다??? 이렇게 내는 것은 학생 스스로의 실력 함양에 손해일뿐 아니라 수업을 듣기 위해 교수 또는 선생과 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과 똑같은 결과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Report World에 등록되는 글들의 경우에는 (원저작자들이 등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넷에서 퍼온 글들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 중에서 몇몇은 올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해서, 대학생들의 실력함양을 위해서 Report World같은 사이트들은 폐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이트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좋은 면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타인과의 약속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그 약속이 성문법이든, 불문법이든, 아니면 관습헌법(?)이든, 그런 것도 아니라면 관습이나 윤리, 도덕 같은 문제이든.....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게 되면 될수록 성문법이나 판례법이 아닌 부분은 무시되기 일수다. 최근의 우리나라 30대 대기업들 중에 사용자들의 비난을 듣지 않는 기업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나의 이러한 생각이 절대 틀린 생각은 아니라는 확증을 갖게 한다.
빨간머리 앤에서의 선생이 대상(1등상)을 안 준 것이나, 게임 잡지사에서 수준 이하라고 대상을 안 준 것이나, KT에서 공모전 입상자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나, 책을 퍼내면서 참고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아예 생략한 것이나, Report World에서 과제물을 다운받아서 눈에 띄지 않게끔 수정하여 제출하는 대학생 등등.....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간소송의 약 9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신문에서였던 것 같은데....) 그만큼 미국이 성문법적인 부분 이외의 부분에서는 이익에 맞춘 각박하게 돌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를 보고 있다보면... 머잖아서 우리나라도 "변호사들의 천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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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방 겸 해서 몇번 와서 재미있게 보고 가다가 처음으로 리플을 남겨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공모전에서....
참가한 모든 작품에 대한 라이센스가 주최측에 넘어가는 게 더 이해가 한가더군요. 입상이 되어서 상금을 주거나 사업화로 밀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라이센스가 넘어가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저 뿐인가요??
공모전의 라이센스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입상작들은 전시와 홍보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라이센스를 갖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라이센스가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사용권이 넘어가는 것이지 소유가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