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린이를 위한 영화다. 어린이에게 보여줄 영화를 어른들에게 보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단순히 분석의 대상이 될뿐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양념들은 어른들은 하나도 알아챌 수 없는 요소들로서 화면구성을 위한 하나의 소도구들로 전락하고 만다. 이 영화에서도 많은 요소들이 나의 눈(어른의 눈)에 인지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숨겨진 채 누군가의 동심에 관찰되길 기다릴 것이다. 대신 《쿵푸팬더》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으니 오래 전 영화들의 요소들을 끌어들이는 차용과 여러 가지 교훈적인 철학사상(특히 중국사상)들을 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배열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장치들을 몇 개 발견한 것에 비해 철학적 분석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을 보면 나도 어느덧 성년의 정신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슬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후기를 통해서 이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들(패러디, 출연 동물들, 성우들 등등)에 대해서 후기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 이 영화에 대한 후기를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난 그것에 대해서 쓸 지식도 없고, 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이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위치를 생각해보고, 이 영화의 내용이 왜 이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쿵푸팬더》의 주요 등장인물은 열 명이다. 팬더와 팬더의 아버지, 무적 5인방과 그들의 사부, 대사부, 그리고 이들의 맞수인 타이렁에 이르기까지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물론 이들 이외에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슬프게도 이야기 전개의 단순한 배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혜의 상징 - 갈라파고스 육지거북 우구웨이 (대사부)
가장 인상깊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등장인물은 대사부다. 대사부는 일찌기 모든 것을 깨달은 갈라파고스 육지거북이다. 그의 평소 행동은 굼뜨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의 그 굼뜸이 그가 실수가 없는 도인의 모습으로, 사부가 이루지 못한 도를 깨우친 진정한 현자의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스타워즈Ⅱ》의 Master 요다같은 force를 느끼게 한다. 얇은 지팡이 위에 앉아 만물의 변화를 꿰어차고 있는 그는 평소에는 전혀 실력자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만 인자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일 뿐이고, 그에 걸맞는 최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사부는 타이렁과의 단 한 번의 전투신에서 보여주듯이 시푸의 황당한 실수를 틈타 타이렁을 일순간 제압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그가 주인공 팬더에게 시간을 주고, 실수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도 여유로움을 잊지 않는 것은 어쩌면 대사부가 어렸을 때의 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을 역시 빨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굼뜨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
대사부는 결국 팬더를 득도의 세계로 안내하지는 못하지만 맨토로서 정신적인 완성을 갖게 만든다.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권력자 - 랫서 팬더 시푸 (사부)
《쿵푸팬더》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사부의 모습은 실력은 있지만 현자로서의 모습은 아니다. 한 사람의 성장은 단계와 특성이 있는 법! 팬더는 그 특성이 무적5인방과 비교하여 확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사부는 팬더를 같은 교육방식으로 지도하려고 한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으로, 실질적인 공교육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부의 이러한 문제점은 스스로에게도 그 한계를 만들어 버린다. 즉 대사부가 전수해주는 무공은 착실히 수행하였지만, 사부가 전수해 줄 수 없는 요소들에 대한 학습은 사실상 거의 하지 못하게 된다. 그가 타이렁에게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은 그가 타이렁에게 전수해 주지 않은 것들을 타이렁이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갖고 있는 것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사부는 타이렁의 성장과 배신을 겪으면서 능동적 학습자들을 믿지 못하는 마음 속의 벽을 만들게 된다. 결국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팬더가 그의 제자로 들어오게 되자 바로 이를 쫒아낼 방법만 궁리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공수레 패러다임의 주인공 - 자이언트 팬더 포
한 사람의 능력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 몇 년 전에 학원에서 강사를 하면서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생각의 결과는 사람들의 능력은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능력의 사람들이 왜 서로 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그것은 좀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좀 간단히 말하자면 각자가 갖고 있는 패러다임이 각자의 능력이 발휘될 때 효율성을 다르게 만든다.
자이언트 팬더 포는 자타공인 국수집 주방장이요 무능력의 상징이다. 그가 무능력한 것은 국수를 잘 못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과 꿈의 괴리에서 오는 비효율성 때문이다. 전사의 패러다임을 갖고 주방장을 한다면 요리를 얼마나 잘 만드냐와 상관없이 불만 가득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포는 어디까지나 그런 상황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포는 집념과 의지가 강한 팬더였다. 집념과 의지가 강한 사람은 인생을 지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니.... 언제쯤 자신의 패러다임과 꼭 맞는 멋진 전사로 거듭날 기회를 얻게 될 것인가?
초절정 우등생 - 무적의 오인방 타이그리스, 몽키, 크레인, 스네이크, 맨터스
호랑이, 원숭이, 학, 뱀, 사마귀로 이뤄진 무적의 오인방은 자타공인 무술의 고수다. 아직 우그웨이와 시푸의 제자로서 좀 더 갈고 닦아야 하지만 자존감도 매우 높고, 그에 걸맞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시푸가 어렸을 때부터 뽑아서 가르칠만큼 출중한 기재를 일찌기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철저히 훈련받은 무적의 오인방은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배우고자 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어떻게 배우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편협한 고정관념(시푸에게 배워야 한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편협한 고정관념은 그 방면으로 능력에 어떤 벽같은 것이 느껴지게 된다. 그 벽은 《쿵푸팬더》에서는 사부의 능력 시푸의 능력으로 설정된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시푸에게 배우고자 하기 때문에 시푸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어떻게 타이렁이 시푸의 능력을 뛰어넘는데 이들은 왜 못 뛰어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현명한 돌격대장 - 히말라야 눈표범 타이렁
타이렁은 현명하다. 그러나 그 현명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패러다임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의 현명함, 강인한 능력은 분명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항상 대단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의 야심은 대단한 사람 중 한 명인 우그웨이 대사부에 의해 좌절된다.
시간이 흘러 수십 년이 흘러 훨씬 더 강력해진 타이렁에게 또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타이렁은 능력은 더욱더 강력해졌는데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손바닥만큼만 볼 줄 아는 일반인 -오리? (아버지)
한 뛰어난 고수가 나타나기까지 아주 많은 주변인이 필요한 것 같다. 《쿵푸팬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 인물로 팬더의 아버지가 낄 수밖에 없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아버지는 자신의 손바닥만큼만 볼 줄 안다는 것이다. 이 한계는 자식(팬더)를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장애는 오히려 팬더에게 더 좋은 자극이 되는데,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심어준다.
두 번째는 아버지는 국수 만드는 달인이라는 것이다. 내가 오래전 글에서 "고수가 되어본 사람만이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고수가 되어봤다면 다른 분야에서 고수가 되는 것도 그리어 렵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야에 따라서 좀 다를 수도 있다.) 아버지는 최고의 국수를 만드는 훈련을 팬더에게 시킨다. 단 한 가지 - 자존감을 형성시켜주지는 않았는데 영화의 초반에 팬더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대부분 자존감 부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임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전개해 나가는 배후세력으로 아버지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적의 오인방과 타이렁이 능력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주요 등장인물 열 명에 대한 간단한 분석을 해 봤다. 여기서 무적의 오인방과 타이렁을 비교한다면 어떨까? 타이렁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데 야심에 가득한 사람들이고, 무적의 오인방은 평범한 모범생일 뿐일 수 있다. 이렇게 비교하면 타이렁의 능력이 월등히 높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포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람들의 능력은 동일하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중 한 명은 사부의 능력을 뛰어넘게 되고, 나머지 다섯은 사부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을까?
이 차이는 시푸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행동방식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타이렁은 시푸가 수시로 칭찬해주고, 사랑을 표현해 줬다. 타이렁은 시푸에게 능력을 인증받을 필요가 없었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일부러 시푸가 좋아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고, 타이렁이 잘 하는 뭔가를 해 시푸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됐을 뿐이다. 따라서 타이렁이 하는 훈련은 타이렁이 잘 하는 분야일 수밖에 없고, 강한 분야의 강함이 점점 더 약한 분야를 보충해줘서 점차 약점이 없는 훌륭한 무사로 성장했을 것이다.
반면 무적의 오인방은 시푸의 칭찬을 거의 받지 못했다. 무적의 오인방은 결국 시푸의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시푸가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항목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사부의 기대에 부흥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그것은 사부의 패러다임 안쪽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사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행동은 그들에게는 어느덧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사부를 뛰어넘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사부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받느냐 능동적으로 받느냐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팬더 포는 어떠한가?
걱정마세요, 사부. 전 절대 그만 두지 않아요.
우그웨이 대사부의 마지막 명언
우그웨이 대사부는 세상을 떠나면서 시푸 사부에게 중요한 두 가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렇다면 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우그웨이 대사부가 했던 말 "용의 전사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연은 없다"와 같은 뜻으로 사실은 아무런 의미 없이 한 명을 선택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자신을 믿으라니 뭔 엉뚱한 소리인가? 그러나 어떠한 대결에서건 자신을 더 철저히 믿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물론 자신을 믿는 것과 더불어 몇 가지가 더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팬더나 타이렁이나 등장인물 누구나 가장 처음 필요한 각성은 바로 이 명제다.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우화와 코믹을 뒤섞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 영화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만들어진 기획물로 순수한 영화로 보기엔 캐릭터들이 별로 탐탁지 못하다. 그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다.
아마도 이 영화는 누구나 재미있게 보고 유익했다고 생각하는 영화겠지만, 길게 기억되는 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쯤 생각하면 누구나 《Wall-E》밖에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쿵푸팬더》는 매우 좋은 영화지만 우리에게 뭔가를 남길만큼 인상깊은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ps.
이 영화에서 우그웨이 대사부가 사라지는 장면에 앞서 우그웨이와 시푸가 지혜의 복숭아나무 밑에서 복숭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그 장면에서 시푸는 복숭아를 떨어지게 결정할 수 있고, 심지어 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강변하면서 교육을 통해서 무적의 오인방을 용의 전사로 키워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그웨이는 복숭아 씨앗을 흙으로 덮으면서 복숭아 씨앗을 심으면 복숭아가 나지 않냐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 영화가 모두 끝나고, 긴 캐스트가 모두 지나간 뒤에 필름이 지나가면서 지혜의 복숭아나무 밑에서 포와 시푸가 앉아있는 모습 뒷편으로 복숭아 싹이 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동양의 윤회사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에서의 사건이 지금은 해결됐지만, 언젠가는 되풀이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이 이 장면을 못 본 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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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인장님~ 저 시험끝나고 블로거분들 인사투어하고 있어요 ㅋㅋ
저 모르실텐데 다시 인사드리면요~ 예전에 세스넷 네트워킹 파티때 본
아름다운 가게 희망 블로거 정다은이여요 ^^
저번주에 열심히 준비하던 시험이 있어서 나름 고시생의 마음으로 시험보고
이제야 속세로 돌아왔아요 케케
인장님 오프라인으론 짱~ 재밌고 다정한 분이지마는
온라인으로는 카리스마 인장이라고 하던데..ㅋㅋ
그래도 댓글은 보실것 같아 안부인사 전하고 가요 ^^
이제 저도 희망 블로거활동좀 해야될텐데 너무 손놓고 있어 걱정이예요.
다음에 모임있으면 그때 또 꼭 뵈요~~ 안뇽~~~~
하핫...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시네요. ^^
무슨 시험을 보셨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
저도 세스넷 활동을 해야 하는데.. 영 하지 않게 되는군요. ㅜㅜ
여러 가지 데이터만 잔뜩 모아놓고 막상 블로그에는 잘 안 올리게 되네요. (그래서 맨날 하드만 넘처나네요...)
카리스마가 뭔지 저는 절 모르겠지만, 뭐 '고집불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맞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다음 모임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뭐랄까... 픽사에서처럼 탄탄한 스토리 구조 같은건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애니였는데, 반대로 어떤 픽사 애니메이션보다도 훨씬 웃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정말 실컷 웃고 나왔었습니다.
픽사 애니는 DVD 로 거의다 사고 있는데, 아직 드림웍스꺼는 하나도 없네요. 쿵푸 팬더가 첫 드림웍스 애니 DVD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근데 위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저한테는 그정도로 인상깊은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에 따라서 정말 천차만별인 것 같네요.
아오.. 쿵푸팬더 보셨군요^^ 잼있쬬.. 호박두 요거요거 막 웃으면서 신나게 봤는데^^
헤헤~ 어젠 월e 봤는데.. 기대를 전혀 안해서였을까요? 넘넘 신선하고 따뜻하게 봤어요!
인장님.. 언제 월e도 보시길요^^
아침,저녁으론 완전 가을^^
오후한낮이 약간 덥긴하지만 태양의 따사로움이 싫지않은 고마운 계절입니다^^
낼이면 9월이에요~ 와우!
모쪼록 즐겁고 싱싱한 9월 시작하시길 바랄께요~☆
웅... 월E는 개봉하는 날 봤다죠. 이전부터 기대도 많이 한 작품이기도 하구요. ^^
9월이네요.... 9월이라면.... 이제 완연한 가을....
시원해서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