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할 때 문뜩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거나 너무 좋아 나중에 다시 눈여겨 보아야 할 구절이 나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아주 특별한 경우인 고등학교 때 수학 정석을 공부할 때 좋은 문제나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종이의 맨 끝을 검정 혹은 빨강 펜으로 칠해서 눈에 잘 띠게 만들어놓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칠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 그 기간동안 내용을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정말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통용되는 이야기죠.
불과 4년정도 전만 하더라도 책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좋은 책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또 나중에 읽을 때 이전에 읽었을 때의 흔적이 있다면 독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책을 비닐로 쌀 땐 비닐에 붙이는 스카치테잎이 책에 붙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스카치테잎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면서 누렇게 변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3년쯤 전에는 책에 붙이는 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이긴 한데 메모가 필요할 때는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죠.
2년쯤 전부터 독서를 할 때는 꼭 포스트잇(Post-it)을 갖고 다닙니다. 좋았던 구절을 표시할 수도 있고, 적절히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지금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가방에는 항상 포스트잇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후 그동안 절대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인 형광팬으로 칠하기, 볼펜으로 줄긋기, 책에다 메모하기 같은 방법을 여지없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2007년도 정도부터 출판된 책들에는 오타나 틀린 표현같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오타만 30개 넘게 찾아냈습니다. 문제는 기계적인 교정을 한 뒤에 다시 꼼꼼히 읽어보질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결국 오타나 오류들이 책 한 권에 서너개가 있어서 꼭 이벤트(EVENT)같던 과거의 책에서는 종이를 끼거나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책 한 권에 수십개씩, 때로는 매 쪽마다 한두 개씩 있는 오타와 오류들을 표시하는 것에 종이를 끼우거나 포스트잇을 붙여서 수정할 내용을 적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책장 위에 그대로 볼펜으로 오류나 오타를 적어나갑니다.
결국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빈도는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책은 점점 더 지저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들어서는 책을 비닐로 싸지도 않습니다. 한 권에 20분씩 들여 책을 싸던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했죠.
최근은 점점 오류와 오타 빈도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이라는 책에서는 편집자가 '개발'과 '계발'도 구분하지 못했더라구요. 이러한 일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출판사가 편집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이 오류/오타가 앞부분에서는 별로 없다가 책 뒷부분에서 급격히 증가합니다. 두번째는 편집자 자체의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나의 경우에는 과학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편집자들 중에는 이공계 전공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약간만 내용이 꼬아져도 오류를 못 잡아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 문제는 1인출판사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서적 전문출판사의 책들에서도 무척 빈번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 이거 뭐 책 읽을 때의 습관이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엉뚱한 내용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무튼 책의 질이 너무 떨어지다보니 책을 소중히 해야 하겠다는 느낌도 별로 안 들게 되더군요.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 책에는 그래서 항상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밑줄이나 형광편이 많이 칠해져 있습니다. 포스트잇이 안 붙는 책은 내용이 나쁜 책이고, 밑줄이나 글씨가 볼펜으로 많이 써진 책은 대부분 교정이 제대로 안 된 책이거나 제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책이지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책갈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네잎토끼풀잎 같은 건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주로 서점에서 주는 책갈피, 제 명함, 영화티켓, 서점에서 구입할 때 받은 영수증을 주로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한꺼번에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인데 (보통 최소 2권에서 많게는 4권까지를 동시에 돌려가며 읽습니다.) 그러다보면 주로 사용하는 책갈피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비싸게 돈주고 산 책갈피를 사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책에 꽂혀 책장에 있는지 모릅니다. ㅜㅜ)
여러분들은 책을 읽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좋은 구절이나 아이디어를 적을 때 사용하는 방법, 책갈피를 어떤 것으로 사용하는지 등등 많이 알려주세요. ^^
PS. 최근 새로 명함을 만들 때 책갈피용으로 화살표를 넣을까 생각중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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