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갖춘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
영재 [high intelligence, talent]
뛰어난 재능이나 지능, 또는 그런 지능을 가진 사람.
어떤 순간부터인가, 믿게 되었다. 세상에는 천재란 족속들이 있다. 그것은 미적분 문제를 잘 푼다든가, 계산속도가 빠르다든가 하는 류의 문제가 아니다. 천재란 것은 창조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이 백 날 머리를 싸매도 발견할 수 없는 진리를 며칠만에 깨닫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 LG의 CI(Corporate Identity)를 만들어 낸 사람. CJ의, "즐기세요"란 모토를 만들어낸 사람. 아이팟 미니를 디자이너, 미국식 민주주의의 3권분립을 생각해낸 사람, "어린왕자"란 글을 쓴 사람. 이들은 아마 천재일 것이다. 그들의 창조성이란, 물론 주위를 통해 북돋아진 부분도 있겠으나, 분명 선천적인 요인이다.
천재들의 영역은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화음(Chord)을 만들어낼 줄 알고, 목에 힘을 빼고 기교를 넣을 줄 안다. 그들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착상으로 멋진 소설을 쓰기도 하고, 색다른 소재로 멋진 그림을 그려내기도 한다. 또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곳으로부터 대자연의 큰 이치를 깨달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읽어내기도 하고, 숨어있는 인재(人材)를 기막히게 발굴해 내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공부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들의 선천적이고 위대한 재능에 붙여, 우리는 하늘이 내린(天) 재능(材)이라고 칭한다.
지적 탐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하늘이 내린 재능을 동시에 갖춘 "천재"들. 세상은 보통 사람 대신 천재를 원한다. 때어났을 때는 모두 같은 재능을 갖는 아기들의 대부분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보통 사람이 된다. 어느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갖는 사람들의 경우 그 분야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는 보통 사람이 되기도 힘들다. 슬프게도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유지와 보수들이고, 오직 천재만이 개혁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그래서 작금에 이르러, "이공계 점수가 떨어지고 있으므로 위기다"라고 말하는 데 나는 동조하고 싶지 않다. 이공계의 개혁과 혁신을 이뤄낼 천재들은 여전히 그 길을 택하고 있고, 점수가 높지 않다 하여도 뛰어난 재능을 갖춘 천재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점수를 얻는데 재능이 없는 천재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의미로의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적 열정도 갖추고 있기에 그들의 열정은 자연히 그들을 주어진 길로 인도하리라. 오히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아기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 천재로 만들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영재(英材)들이 있다. 빛나는 재능만을 가진 이들, 볼품없는 재능을 아름답게 연마하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끊임없이 닦아온 이들을 영재라 부른다. 그들은 가끔씩 선천적인 재능을 갖추었으나 열정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도 하고, 열정은 가지고 있으나 재능을 가지지 못하기도 한다. 혹 두 가지가 모두 조금씩 부족하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들은 천재가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이들 영재들은 이른바 전문직이라 불리우는 의학, 혹 법학, 교육학 따위를 공부하기도 한다. 긍정적이다. 의학도 법학도 교육학도, 언제나 천재를 원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범재는 원치 않는 학문이므로. 대부분의 학문에서 범재는 그 나름대로의 유지 보수 능력을 갖고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지만, 이 삼학(三學, 의학, 교육학, 법학)에서는 그렇지 아니하다. 의학을 전공한 범재는 용의(庸醫)가 되어 사람을 죽이는 의술을 펴게 될 것이며, 법학을 전공한 범재는 얼치기 판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것이고, 교육학을 전공한 범재는 비리 교사가 되어 범재를 둔재로, 영재를 범재로, 천재를 영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일반적인 학문이 다수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어 돌아간다면, 이 삼학(三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엉터리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에 제출한다 해도 문학에 해(害)를 끼치지는 않을 터이나, 당신이 엉터리 의술로 사람을 치료한다면 인명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고로 삼학, 그들은 꼭 천재를 찾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가끔씩 천재를 영재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긴 하지만, 대신 범재를 영재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혹 범재가 끝까지 노력하지 않고 영재가 되지 못한다면, 그에게 학문을 전공할 자격을 박탈한다(의학은 유급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세 가지 학문 모두 최종적으로 국가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을 부여한다. 교육학의 자격시험은 문제가 많기는 하다.).
의학은 그 삼학 중 하나로서, 마찬가지로 최소한 영재를 원한다. 선발 인원을 제한함으로써 범재를 아예 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키지 않으며, 선발된 자 중에서도 실력이 뒤떨어지면 유급시켜 버리거나, 의사로서의 자격을 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의학은 동시에, 천재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몇 안 되는 학문 중 하나이다. 물론 천재가 있다면 의학의 발전을 훨씬 쉽게 도모할 수 있을 터이나, 의학은 천재를 발굴하는 데 그리 매진하지 않는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의 주요 초점은 "어떻게 하면 돌팔이 의사를 만들지 않을 것인가" 쪽이지, "어떻게 하면 천재 의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쪽이 아니다.
공학은 다르다. 대부분의 학문처럼 공학은 천재를 원한다. 그들은 "돌팔이 공학자가 몇 명 나오더라도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천재 공학자 몇 명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초점이다. 영재가 범재가 되더라도, 범재가 둔재가 되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 진정 공학을 발전시키는 이들은 천재들이리니, 그들은 천재를 원하니.
그리하여, 혹 어떤 영재가 공학 대신 의학을 전공한다 해도, 공학은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만 명의 영재들이 공학을 버리고 의학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다 하여도, 공학은 백 명의 천재를 잃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만 명의 영재들 대신 만 명의 준영재(準英材)들이 천재를 도와 유지 보수의 칙명을 담당할 것이므로. 공학의 발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영재를 놓치지 않는 정책이 아니라 천재를 놓치지 않는 정책이다. 그리고 이미 지금도 대부분의 천재는 알아서 자신의 본디 주어진 길을 알아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공계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아마도 이공계의 천재적 재능을 갖는 사람들이 타 분야의 범재로 많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적 분위기는 천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쫒아 나아가기 힘들고, 가더라도 돌아가게끔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음에 할 일은 지극히 분명해 보인다.
ps. 이 글은 예인님의 글을 퍼다가 수정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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