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하면 아픈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제가 군대 이등병이던 1996년 4월달에 산불이 났던 곳이지요. 오늘은 그때 이야기나 투덜거리면서 하려고 합니다. *^^*



1996년 4월 21일이던가....
고성 통일전망대가 보이던 곳에 제가 주둔하던 '영농장'이 있었습니다.영농장 주변 약간 높은 곳으로 가면 금강산의 해금강 낙타봉이 보이는 그런 곳입니다. 주로 그곳에서 하는 일은 우리 소대가 주둔하는 영농장을 보초 서고, 약 2Km쯤 떨어진 안호 검문소(통일전망대 서쪽에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꽤 큰 호수인데 이름이 안호랍니다. 그래서 검문소 이름이....)의 통문을 지키는 일입니다.
21일은 안호 검문소에 근무 나갔다가 들어와서 훈련 받고 뭐 그런식으로 하루가 갔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크게 산불이 났었다고 하더군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1996년 고성 산불이 그  소문의 불입니다. 엄청나게 탔었죠....

4월 22일은....
오전에 작업을 하다가 오후에 안호검문소에 근무를 나갔습니다. 근무는 3인 1개조로 하고, 근무원들은 공포탄과 실탄을 가지고 근무를 섭니다. 그리고 헌병 이란 완장을 차고, 헬멧에 헌병 이란 캡을 달죠. 이는 휴전협정에 의해서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모든 군인들은 이렇게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북한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 북한애들이랑 직접 본적은 없어서 거기까지는 모르겠군요....^^;;;
어째튼 그날 안호검문소에 투입되기 전에도 약간씩 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니까...(주변에 불이 나거나 쓰레기 소각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모르고 넘어가는데, 군인일때는 그런 것도 눈에 잘 띕니다. 전쟁나면 군발이들 따라다니면 쉽게 죽지는 않는 이유가 그래서죠. 그리고 전쟁나면 남자들보다 여자나 어린이들이 더 위험한 이유도 남자들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안호검문소에 투입됐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재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저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영농장과 안호검문소는 약 2Km정도 떨어져 있으니.... 양쪽에서 계속 재가 떨어질 리는 만무할텐데.....
좀 이상하게 생각해서 분대장한테 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별것 아니려니 분대장은 그냥 넘어가더군요. (제가 지금도 그렇지만 관찰력은 꽤 좋습니다. ^^)
시간이 흘러서 5시가 거의 다 됐을때에도 여전히 하늘에서 재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재가 떠어져 바람에 굴러다니다가 바람이 맴도는 곳에 모이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분대장한테 재가 계속 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분대장은 대대 TOC에 T1을 넣어보더니 ... 철 안쪽에서 작은 산불이 났다고 별것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문제는 6시가 됐을 때... 철수한다는 통보를 하고 통문을 잠가버리고 영농장으로 가거든요..
그런데 그날 철수하겠다고 했더니 대기를 명령하는 것입니다.
철수를 해야 밥을 먹는데....TT
어째튼... 대기하다보니... 30분쯤 지났을때 대대TOC에서 T1이 왔습니다. 잠시 후 차 두대가 올텐데 잡지말고 그냥 통과시키고, 통문도 올때를 대비해서 열어두라고....(평소 통문을 잠그지는 않지만 닫아놓습니다.) 10분쯤 지나자 군용 짚차 한대와 함께 빨간 불자동차...(소방차죠..) 한대가 쌩~ 하니 번호판 보기도 힘들정도로 빨리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잠시 후 계속해서 소방차가 7번국도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보이더군요.... 모두 고성의 통일전망대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철수는 계속 지연.... 배는 고푸고... 안에서는 난리났다고 하고...
결국 8시쯤에 대대에서 영농장에 명령해서 교체인력이 안호검문소에 투입되고....
교체된 직후 연대장이 바로 안호검문소에 들어가더군요...^^;
어째튼... 교체된 우리는 밥먹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대로부터 명령이 하달....
포상에 있는 4.2" 탄들을 모두 꺼내 연병장으로 옮기고, 탄약고 속에 있는 수천발의 탄들(정확한 발수는 문제가 될까봐.. ^^;)을 모두 연병장으로 옮겨서 쌓고, 사방을 골을 파서 물을 채워넣으라고....
물론 4.2" 박격포도 날라다 연병장에 갖어다 놓아라더군요....

그래서 박격포 나르기 직전에 우선 밥을 급히 먹었죠. 밥 안 먹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리고 본격적으로 완전군장하고 포상의 박격포와 탄들을 100m정도 떨어져 있는 연병장으로 나르고 있었습니다. 한참 나르는데...
아주 멋진 불쇼가 북쪽에서 펼처지더군요....
그렇습니다. 통일전망대의 교회 십자가 높이보다 두배 이상의 불꽃이 통일전망대를 덮친 것이었습니다. 소방차에서 물뿌리고 난리였었습니다. ^^;;;;;
우리는 고참과 함께 박격포 나르다가 "야~ 잘 탄다..." 하면서 구경하고 있었죠...

그럭저럭 포상에 있던 포와 탄을 다 나르고서 탄약고의 탄을 꺼내려고 문을 연 순간.....
말이 수천발이지 총알 수천발이야 탄통 몇 개에 넣으면 그만이지만...
4.2" 박격포는 큰 한 상자가 두 발밖에 안 들어가거든요...^^;
이걸 어떻게 꺼내나 고민하다 포기하고 연대에 통보하고, 대신 주변에 물 부리고 구멍은 모두 진흙이겨서 막기로 했습니다.
진흙은 소대본부에서 이겨다 막았고, 우리는 열심히 땅파고 물뿌리고... 연병장에도 땅파고, 물뿌리고...

그러는 동안 안호검문소 부근도 불길이 다가가고 있었나 봅니다. 안호검문소에 가 있던 연대장이 사단장한테 T1을 치더니... "안호 검문소는 포기하겠습니다." 하더니 그냥 철수해 버리더래요...
그 이야기 듣고 있던 고참은 철수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소대장한테 어떻게 해야 되냐고 T1치고.... 뭐 결국 그냥 철수해 버리고...



그러다보니 산 넘어에 불이 넘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간은 대략 12시... 평소면 꿈나라 가 있을 시간....
허거걱.... 산불이 정말 빨리 오더군요. 사람이 뛰는 속도랑 거의 비슷할 겁니다.
고참 몇명은 방화선 구축한다고 남쪽 능선으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주둔지 안 태우려고 물동이 하나씩 들고 불이 왔을때 포상과 건물 주변을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죠.... 포상을 새로 만들때 쓴다고 폐타이어를 잔뜩 쌓놨는데... 거기에 불이 붙어 유독가스가 펑펑~~~~
우리 소대원은 모두 불끄면서 방독면을 착용해야 했답니다.



4월 23일....
원래는 평온하게 잠자리 속에서 맞이해야 할 23일은 방독면을 쓴채로 맞이하게 됐습니다.
불 끈다고 양동이에 물 떠가지고 뛰어다니는데.. 평소에는 그냥 뛰어다녀도 그정도면 숨찰텐데.. 참 희안하게 방독면까지 썼는데도 숨이 안 찬 것을 보면 위기사항에서는 인간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나봅니다...
어째튼 펑펑 터지는 지뢰 소리 속에서도 포상은 1곳만 반정도 타버렸고, 나머지는 구했지요. ^^
불꽃이 자꾸 날라와서 건물에 불이 붙으려고 해서 건물에도 물 꽤 뿌리고....
주둔지 개울가에 서 있는 고목 느티나무의 빈 구멍에 자꾸 불티가 날라들어가서 저만 그 곳에 8번 물을 부었습니다. 바로 위 고참도 그곳에 5번이나 물을 부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나무 하나 지키려고 그 구멍에 물을 수십동이 부었을 겁니다. ^^;

어떻게 어떻게 해서 1차 산불은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1시간쯤 되자 불이 고참들이 처놓은 방화선을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방화선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었지만,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이어서 불이 타는 방향이 다시 영농장으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불이 얼마나 맹렬이 몰려오던지 영농장에 있는 탄약고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탄약고가 터지면 산 넘어에 있는 수색중대(예비대)와 2km떨어진 통일전망대도 같이 날아갑니다. -_-
두 번째도 우리는 우리의 주둔지를 지키려고 소대원 약 25명이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어째튼.. 새벽 3시쯤에 어째튼 무사히 불길이 지나가고, 우리 주둔지는 훌륭하게 지켜졌지요...^^*

연대에서 탄약고에 잔존 불티가 날아들어갈 수 있으니까 주변을 물뿌리고 지키라고 하여 소대원의 절반은 탄약고로, 절반은 주둔지 건물에서 잠을 자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피곤했기에 탄약고로 간 인원들은 원래 깨어있어야 하는데 모두 자버리고...
시간이 2시간 흘러 자던 인원들 나오자 안에 들어가서 자고....(처음 잤던 인원들도 탄약고 와서 또 잤지요...)

어째튼..... 그러한 수면시간을 짧게 3시간 정도 취하고 다시 안호검문소로 근무를 나갔습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분대장은 건물 안 상에 업드려서 자고, 사수랑 나는 보초들 서있는 곳에 지붕 올리는 기둥에 기대서서 그대로 잠에 빠졌답니다.
물론 불에 전선이 다 타서 어디서 T1이 올리도 없었고, 그래서 소대와 연락하기 위한 무전기를 1개 들고 투입됐기에... 그리고 너무 피곤하기에....
나중에 차가 왔는데 바로 앞에 와서 빵~ 거릴때까지 아무도 못 일어났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영농장 부근에서 안 탄 곳은 딱 4곳밖에 없더군요. 대대TOC(여기도 약간 탔음), 영농장, 정보대(영농장과 통일전망대 사이에 있어요.), 수색중대...... 정말 온 세상이 까맣습니다. ^^;

군대에서 힘든 일이 참 많았지만.....
그때의 22~23일 약 24시간 동안의 기억이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되는 것은 과장은 아니겠지요???
유격대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참 시기한 것은 고성에 산불나는 시간과 금강산 철 안에서 산불이 나는 시간이 참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안에서 산불나는 것은 북한에서 지르는 것입니다. 2~3년마다 한번씩 지르는건데... 그때마다 고성에서도 산불이 크게 나니...
올해 지금도 고성이 타고 있지만... 2001년인가 그때도 그랬고, 96년에도 그랬고....
간첩의 짓인가??


ps1. 아까 23시 좀 넘었을때 고성의 한 할아버지가 KBS와 통화할 때 자기들 집 불탈 때 소방차 한대만 와 있었어도 몇 채는 건질 수 있었는데 탄약고에 소방차가 모두 집결해서 자기 마을 다 타버렸다고 뭐라도 하더군요. 그 할아버지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하나보다는 탄약고가 우선 아니겠습니까?? 그 할아버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농장의 수천발 들어있는 간이 탄약고도 터지면 2km정도 주변은 쑥대밭이 되는데.... 정규 탄약고 터지면 할아버지가 사시는 마을도 같이 날아갈껄요... -_-

ps2. 얼마전에 전방에서 나물캐던 사람이 지뢰를 밟아서 부상당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해서 일부승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 판결에 반대합니다.
전방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아무리 나가라도 해도 그 사람들이 나갑니까?? 결국 돌고 돌아서 자기들이 나물캐야 할 그곳... 지뢰밭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쏴죽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하고서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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