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네 집에서 잠을 자고, 점심을 좀 넘겨서 집으로 오는 중이었습니다.
전 노량진에서 전철을 타고 오고 있었는데 마침 자리가 한 자리 비었기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전철을 자리에 앉았을때 바로 옆 자리에 할아버지 한 분이 양복을 빼입고 비닐봉투를 소중히 가지고 앉아 계시더군요.

시간이 흘러서 병점역을 향해 가고 있을 때에 전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전철 내부 전광판에 다음 역을 보여주는 글자를 내보낼 때 병점역을 쓴 영어가 틀렸었기에 그것을 찍어서 아직도 안 고쳤다는 글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관련글)

그 때 갑자기 옆에 앉아 가시던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에 "예?" 하면서 이어폰을 빼니 갑자기 캠코더에 대해서 나한테 질문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한참 이야기한 끝에 할아버지가 갖고 계신 비닐봉투 속에 있는 물건이 큐리텔에서 나온 캠코더란 것을 알았고(정확히는 캠코더+MP3P+...의 복합기였음) 할아버지께서 직접 사용하시려고 구입했다가 너무 어려워서 교환하려고 용산(?:정확히 어딘지는 잘 모르겠음)에 다녀오시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약 70~80정도 되 보이시는 연세에 컴퓨터를 구입해서 그것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즐겨보시며, 해외 여행을 가셔서 이것저것 찍어오시기 위해서 캠코더를 구입하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족한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진은 할아버지께 내 카메라의 기능을 설명드리고자 찍은 한 장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의 왼쪽 구석에 있는 젊은 남녀 3명은 일행입니다. 영등포 정도에서 탔고 처음에 탑승한 후 사진의 맨 오른쪽 정도의 자리에 앉았었습니다.
그 세 명중 가장 작게 뒤쪽으로 찍힌 여자아이는 어깨까지 훤히 들어나는 멋진(?) 옷을 입고 있어 사뭇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더군요. (사진이 많이 흔들려서 별다른 처리를 하지 않고 올립니다. ^^;)

도중에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타셨지만, 전 읽을 욕심에 (속으로 많이 갈등하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읽기를 계속 했습니다. 한참 읽다가 보니 어느덧 저 젊은이들이 앉아있던 자리는 어르신들의 자리가 되 있더군요. 저 아이들이 안 보이기에 내렸겠거니 했는데....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나서 보니 저쪽에 서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한 것이지요...
전 또 한 번 부그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을 읽는 일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자리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

저 젊은이들은 어디서 내린지 잘 모르겠고 (병점에서 내린 듯 합니다.) 옆자리 할아버지는 오산에서 내리셨는데... 할아버지께 같은 가격의 사진기로 바꾸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리 배우는데 노력하시는 분이시지만 복합기보다는 사진기가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캠코더와 같은 가격대의 카메라라면 고급형이기 때문에....(하기는 고급형 카메라는 기능이 엄청날테니 배우기가 역시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웬만한 캠코더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사진도 더 잘 찍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어쩌면 캠코더와 사진기의 경계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전철을 타고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세상에 길 떠나는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나보다 나은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ps. 사진 속의 젊은이 세 분......
아무리 노인공경을 하시는 분들이시라 해도 애정행각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지....
가장 작게 찍힌 여성분과 남성분이 계속 껴안고, 만지고, 비비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럽기도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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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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