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간 : 2007.02.16 새벽 3시간동안
나는 생물학자다. 생물학자 중에서도 고생물학자로 화석화된 생물들이나 흔적흔들이 나의 주된 연구 대상이다.
나의 최근 연구과제는 1000만 년 전에 있었던 가장 최근의 생물 대멸종기 바로 직전에 몇 천 년 정도를 번성하다가 갑자기 별종한 로모라는 화석이다. 포유류였던 로모들에 대해서는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중이므로 모든 것을 아직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이 상당한 고도문명을 이룩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나머지 부분 보기
이 생물의 화석 최초 발견자는 우아르삐 박사로서 그는 거모 대륙[각주:1]의 동쪽 어느 산악지대에서 종류를 알기 힘든 온갖 용품들이 뒤범벅이 된 아주 두터운 지층을 발견하면서부터 로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뒤 이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유적과 화석을 발견했지만 지층의 지질시대나 방사성 연대측정법 등으로 유적이나 화석의 연대를 측정해본 결과 엄청난 시간적 차이가 남으로 인해서 과학계를 혼란에 빠트렸었다. 측정할 때마다 수억~수백 년의 엄청난 연대차이 결과가 나와서 초기에 연구하여 발표하였던 많은 과학자들을 곤란에 빠트리곤 하는 로모문화였다. 심지어는 측정결과가 미래가 나오기도 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한 결과 로모들은 물질의 화학적/물리적 처리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면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로모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은 대부분 매우 순수한 물질로 정제되어 있는 것들이 많았고, 이 도구들의 연대측정은 일반 화석과는 달리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로모 화석은 부정합으로 보이는 지층의 바로 위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부정합의 연대 또한 매우 부정확해서 정확한 과학적 사실이 제시되지 않은채 지난 수 년간 수십개의 가설이 나열되었다. 그 중에는 이 로모들이 자신들의 한계를 깨닫고 스스로를 말살하는 정책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과학이 아닌 소설같은 가설도 있었다.
우선 로모들이 고도문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집단적 규모가 대규모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러자 많은 과학자들이 로모들의 화석과 유적을 전세계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단위 유적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고, 넓이가 수백만 제곱아르에 이르는 대규모 유적도 세계 곳곳에서 수백군데 발견되었다. 웃긴 것은 로모들의 기본 도량형으로서 0.000455 아르[각주:2]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신체가 컸던 이들은 기본적인 거리 단위를 우리보다 아주 짧게 잡고서 사용했던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로모들의 길이의 기본 도량형은 4.55 ^아르이다. 이들은 지능과 이성을 이해했고, 문화와 법률을 만들면서 살아간 것으로 보여서 우리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과학을 이룩한 것이 아닐까 하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고 있다.
하지만 로모들은 이상하게도 대규모의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많아봐야 100여개 정도의 화석으로만 발견되고 있다. 내가 하는 일도 로모들의 화석을 발굴하는 일이지만 수백만 제곱아르의 유적지를 남기는 로모집단으로 치면 화석발굴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모들의 일반적인 키는 7.7 ^아르 정도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10개여서 이들도 10진수를 쓰고 있었다. 이들의 화석은 반듯한 자세로 보존이 잘 된 것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죽은 사체를 매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들이 사체를 매장했을 것이란 추측이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많은 수의 로모들이 한 곳에 살았다면 죽는 로모가 생기면 질병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 이들은 사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이 생각보다 많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들으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로모들이 죽은 로모들을 매장하는 풍습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대규모의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죽은 로모들은 안전검사를 통해서 식량으로 씌여졌고, 검사에 불합격된 로모들만 땅에 묻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생물학자들이 10여 년을 연구한 뒤에야 여러가지 언어 전문가들과 물리학/화학자 등등이 로모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의 유물들에는 다양한 문자들, 그림들, 기호들이 존재하는데 물건들 상당수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특히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금속인 금이나 백금을 이용한 유물들이 무척이나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때 이 물질들을 이용해서 많은 메시지를 후대에 남겨두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금이나 백금은 이들의 신체 여기저기에 장식물로 사용된 것으로 생각되며, 치료용으로 사용한 것 같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뼈나 몸 속에서 발견된다. 그런 것 말고도 고분자 화합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들이나 식물의 섬유소로 만들어진 유물들이 발견되는데 아쉽게도 이런 유물은 1000만 년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변질되었다. 당시의 문화들은 대부분 이런 변질된 유물들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꼭 이런 유물들이 아니더라도 전혀 변화하지 않는 금, 백금, 돌 등으로 만들어진 유물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유물들 중에는 자신들을 형상화한 것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서 이들의 뼈대와 근육 등의 생리작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이들의 문자나 기호나 그림등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았다.
처음 언어 전문가가 이들의 언어를 연구하기 시작한 뒤에 가장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은 이들의 언어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연대마다 언어의 변화가 빠르게 바뀌었는데, 로모들이 지구에 번성한 시간이 수천 년에 불과하여 하나로 합쳐지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로모들의 과학수준이 매우 높았을 것으로 추측하는 주된 이유는 이들의 유물들의 발견이 매우 많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들의 유물이 해저 2.28아르의 깊은 바다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이 유물은 규소로 이뤄진 철사같은 구조를 띄고 있었다. 대부분의 형체가 사라져서 규소를 둘러싸고 있던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중 일부에서 탄소가 규소로 치환된 형태의 거의 완벽한 모습을 유지한 부분이 출토되면서 이들이 규소를 이용한 철사를 이용해서 대륙간에 빛을 쏘아서 신호를 주고 받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들의 또다른 유물은 달에서 발견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달에서 발견된 유물이 로모의 유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기기들이 만들어진 제작방법이나 표준 도량형을 살펴보면 로모들의 유적이 거의 확실하다. 달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매우 소수이지만 이 유물들은 지구에서와 같은 변형을 일으키지 않았으므로 지구에서보다 더 잘 보존된 것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다.
로모들의 연구에 가장 마지막으로 뛰어든 학자들이 컴퓨터 전문가들이었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로모 연구에 뛰어들게 된 것은 로모들이 점과 선으로 많은 기호를 남겼기 때문이다. 매우 거대한 금속판이 점과 선과 기호들로 가득 채워진 채 우주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그 금속판들은 1000만 년동안 태양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유물이 발견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오랜 시간동안 유물이 우주에 떠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토성과 해왕성 사이를 탐사하던 우주선에 이 금속판들의 거대한 묶음이 발견되면서 로모 연구는 방향을 크게 바꾸게 되었던 것이다. 이 거대한 금속판 뭉치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지구로 가져오지 못하고 위치 발신장치만 부착했으며, 이 장치를 가져오는데는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금속판은 처음에는 암호해독가들에게 전달되었으나 반 년여의 연구 끝에 이 금속판에 있는 정보는 암호가 아니라 컴퓨터 파일같은 존재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암호 해독가들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 시간의 기록을 위해 사용된 숫자들 등을 반 년만에 밝혀냈고, 곧이어 컴퓨터 전문가들이 이 파일시스템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컴퓨터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는 컴퓨터 제작수준은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었으며, 파일들의 일부분은 단순히 그림을 점으로 바꾼 정도라고 한다. 그 후에 해독된 문자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언어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되어 연구되었고, 최근 조금씩 그 연구결과가 나오고는 있지만 기록된 언어 자체가 매우 복잡한 편이라서 해독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고생물학자로서 우리의 조상들을 살펴보면 로모들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약 200만 년 정도에 나타났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두 종족은 외형이 많이 달랐다. 이들중 한 종족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6개였으며, 또 다른 종족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였다. 이들의 전쟁은 아주 자세히 연구되어 있는데, 이들의 전쟁시기는 비교적 짧은 50만 년 정도였다. 손가락이 5개인 종족이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을 서서히 밀어내면서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이 결국 멸종하는데 50만 년이 걸린 것이다. 문화는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이 남긴 벽화 등이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봐서는 이들이 더 발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가락이 6개보다 5개인 종족이 살아남은 중요한 이유는 6번째 손가락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의 의견이다.
자루가 달린 도구를 쥘때 손의 모습을 살펴보면 손가락이 5개인 경우에는 안전성이 있게 잡을 수 있다. 손가락이 4개인 경우는 반대편으로 가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이 3개인데 잡은 모습이 매우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손가락이 7개인 경우에는 뇌가 손가락들을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7개는 생물의 발생학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편이다. 우리의 태아는 원시손가락세포를 6개만 만들기 때문이다. 초기에 7개를 만들려면 애초부터 생명체 발생의 설계가 다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있는 포유류들은 모두 원시 손가락세포를 6개만 만들었다가 하나를 퇴화시키고 5개만 남기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5개인 경우와 6개인 경우에는 사실상 손익이 거의 비슷했을 것이라고 의사들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이 6개인 경우에는 뇌가 손가락을 통제하는 부위가 더 필요하고, 그만큼 뇌가 에너지를 더 소모하며, 머리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면 목 부위가 두꺼워야 했을테고, 목을 돌리는게 그만큼 더 힘들어지며, 이 차이는 매우 작았지만 손가락이 6개인 종족들이 모두 사라지는 원인이 됐다고 추측되고 있다.
사실상 여러가지 연구를 해보면 두뇌와 지혜, 육체적인 면에서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이 우월한 부분이 더 많다. 다만 여러가지 환경변화에서 에너지 소모가 더 컸었던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이 버티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150만 년 전에 매우 짧지만 극심했던 소빙하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손가락이 6개인 종족이 불리해졌을 가능성도 적었을 것이므로 현재의 지구는 그들의 세상이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현재 지구는 손가락이 5개인 우리들이 차지하고 있고, 1000만 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로모들도 손가락이 5개인 것을 보면 지적 생명체들에게 가장 적합한 손가락의 개수는 5개가 아닐까?
컴퓨터 전문가들에 의해서 해독된 금속판을 언어학자들이 해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그들의 문자들을 나타내는 파일이 암호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암호화됐다기보다는 이미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해서 구축한 파일인데, 언어학자들이 수학과 컴퓨터를 마음대로 다룰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암호라고 오해한 것이다.
처음에 이 소식을 전했던 신문에는 다소 웃긴 제목이 붙어있었다.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들이 퀴즈를 남기고자 했다면 우주에 금속판을 띄워서 남기고자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금속판이 다른 소행성이나 행성의 인력에 이끌렸다면 지금까지 원형으로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주가 아니라 지구의 어딘가에, 혹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달에 남겨뒀을 것이다. 이미 아까 말했지만 달에 있는 소수의 유물들은 1000만 년이 지난 오늘날 거의 모두 원형이 보존된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았나!!
컴퓨터 전문가들이 암호를 해독하는데는 거의 15년이 걸렸다. 사실 많은 컴퓨터 전문가들이 유물을 분석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시스템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수학적, 과학적 방법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며, 그래서 분석이 빨리 끝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모들의 표시방법은 자신들의 문자를 표시하는데엔 거의 최적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지하 암반 밑으로 80^아르를 내려온 뒤에 5진[각주:3]을 수평으로 걸어가자 밖의 푹푹찌는 날씨와 다르게 으슬으슬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밖에서 지하수를 뽑아내는 펌프의 소리는 서서히 들리지 않게 되고, 조교들이 돌을 깨기 위해 정으로 쪼는 소리들만 들려온다.
어제 처음 발견된 로모의 손에는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으며, 그 금반지에는 다이아몬드가 붙어있었다. 로모들은 나름대로의 미적감각이 존재했는데, 자연을 버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연의 성질이 그대로 반영된 물건들이 주로 인기를 끌었고, 인공적인 미적 감각 - 기하학적인 모양이라던지 - 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솔직히 나에게 저 반지를 끼고 싶냐고 하면 난 '별로'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물로서는 훌륭한 가치가 있지만, 솔직히 장신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촌스런 경향이 있다.
하룻동안 발굴을 한 결과 지금은 일부분만 더 뜯어내면 전체가 다 보일 것이다. 지금 발굴된 것으로는 7.9^아르의 키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 키면 당시 로모들 중에서는 조금 큰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로모는 암컷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듯하게 뉘여져 있는 것을 보면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로모의 주변에는 약간의 유물들도 발견됐는데, 석화된 유물 몇점과 실리콘 제질이나 돌로 만들어진 약간의 유물들이다. 아마 더 많은 유물을 넣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나머지는 모두 1000만 년동안 바위속에 있으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발견되었던 거모대륙의 유적들보다 이곳 유적이 더 관심을 끈 것은 우주에서 발견된 금속판들에 씌어진 문자들이 이곳에 기록되었던 문자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인간들이 우주에 금속판들을 띄웠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유적발굴에 의하면 이곳의 문자들이 금속판의 문자와 동일하고, 이후 다른 곳에서 소규모로 발견되는 문자들중 상당수는 이 문자들을 약간씩의 변형한 것으로 생각된다. 금속판 유물에서 사용되지 않은 문자들이 유물들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처음 로모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로모들이 시생화석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동안 범지구적으로 번성했다가 멸망한 생물들의 화석을 시생화석으로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시생화석은 약 1000만 년 정도의 생존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로모는 불과 수천 년의 기간동안만 전 지구에 흩어져 살고 있었으므로 다른 시생화석보다 1만배나 더 정확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어서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인 K-T경계(K-T Boundary) 지층처럼 지질시대를 칼로 싹뚝 잘라낸 것처럼 기간을 구분해낼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1000만 년 전에 로모가 멸망한 그 시간은 전체 생물군의 60%가 불과 몇 백 년만에 사라지는 대 사멸기이고, 지구의 연평균온도가 엄청나게 급격히 상승했던 특이한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관심을 더 갖는 것이 아닐까?
이 1000만 년 전의 대사멸 이후에 지구에는 '지공류'라는 새로운 동물군이 생겨났다. 이 동물군은 매우 특이한 생물학적인 특성이 있어서 이들을 여럿을 함께 키우면 서로의 능력을 주고받게 된다. 약간 공간적 격리를 시켜서 벽으로 나누어 놔도 어느새 서로의 능력을 주고받는다. 아마 포유류인 우리들이 알 수 없는 능력이 지공류에게는 존재하는 것 같은데, 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아직 명확한 결과는 전혀 없다. 물론 이들이 서로 능력을 교환한 결과가 나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데, 우리의 포유류 조상들은 지공류들을 물리치고 주도권을 잡기까지 수백만 년을 경쟁해야만 했다.
현재는 지공류중 상당수는 보호받는 희귀종으로 전락했지만, 언젠가는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족이 될지도 모른다. 지공류는 학습을 통해서 배우는 시간이 전체 생의 1/2이나 되는 우리들과 다르게 매우 짧기 때문이다. 같은 수의 지공류와 우리의 아이들을 고립된 공간에 넣어놓는다면 세대가 거듭될수록 쌓이는 지식의 양은 지공류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지공류들중 상당수는 매우 높은 문화수준을 갖고 있으며, 사실 우리들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들은 점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공류들이 우리들을 앞설까봐 그들이 서로 교류하는 것을 우리들이 막고 있으며, 그래서 지공류들이 점점 희귀종으로 전락하고 있다.)
로모들의 여러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들과 거의 비슷하다. 겉 생김새는 확연히 달랐지만 두 발로 걸었으며, 다섯 손가락과 발가락을 갖고 육체적으로 약한 대신 협동에 의해서 강한 힘을 낸다는 것이 우리와 비슷하다. 물론 -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 그들의 문화도 우리 문화와 매우 유사한 면도 존재한다. 다시말하자면 나는 지난 1000만 년간 포유류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반면 지공류는 생긴지 몇 백만 년만에 상당한 수준으로 진화한 것을 보면 어쩌면 지공류가 우리를 말살해 버리고 지구를 점령해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가이아가 새로 만들어 낸 동물들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조금 전 연구실로 돌아와서 학회에서 온 문서를 보니 로모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도착해 있다.
2. 금속판을 분석하여 일부의 정밀한 로모의 2차원 그림 복원 및 정보 해독(번역)
3. 현재 발굴지역의 발굴을 빨리 끝내고, 2.6아르 북서쪽으로 이동하여 다시 발굴을 시작하라
(그곳이 집단 로모 거주지로 예상되는 유물이 발굴됐다.)
4. 우주에서 발견된 금속판 유물의 지난 1000만 년간의 궤도 계산이 끝남 - 분석
5.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지공류 무리 일부가 탈출에 성공하여 자취를 감춤
지공류 무리가 탈출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우주에서 발견된 금속판 유물의 궤도 계산을 한 것을 보면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유물은 매우 안정적인 궤도를 그리면서 1000만 년동안 태양계 안을 움직여왔고, 그대로 놔뒀으면 앞으로 2000만 년동안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궤도 계산은 매우 힘든 일이어서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기존의 중력계산 방식에서 틀린 점을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1000만 년 전에 물체의 위치를 알기가 매우 힘들어서 로모는 우리에게 귀중한 정보를 남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 해독을 한 결과 로모들이 이 물건을 1000만 년 전에 위치시켜둘 당시의 태양계의 행성의 위치를 자세히 남겨놓았다고 한다.) 로모들의 중력계산만큼은 정말 뛰어났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보다도....
로모의 2차원 그림 복원 결과는 특별한 것은 없고, 로모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것으로 생각된다. 완전히 맨몸의 그림과 옷을 입고 있는 그림 등 여가지기가 자세히 동시에 나오는 것을 보면 로모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쑝' 문서를 보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급전이 도착했다.
금속판의 번역을 맡고있는 케로로 박사[각주:4]의 급전으로 도착한 메시지였다.
급전 내용 확인
차라리 우주로 나가지 않고 모두 사라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 나는 동지들과 우주 항해선을 탈취하여 도망가고 있다. 지금은 토성궤도상이다. 만약 먼 미래에 가이아가 지구상에 지적 생물체를 다시 만들어 놓는다면 그 생물체들에게 먼 과거에 인간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음을 알리고, 좀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면서 이 기록을 남긴다.
……
지구에는 이 우주 항해선을 다시 만들 여력도, 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우주 항해선을 탈취하기 위해서 ……(손실)…… 전쟁하는 과정에서 기술자와 시설들이 모두 죽고 망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이 우주 항해선을 탈취한 ………(손실)…… 이상 인간은 멸망의 길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우주선 조종을 중단할 것이다.
우선 후에 새로 생겨날 지적 생명체들을 위해서 이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 기록이 남을 궤도는 4500만 년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 우주에서 불현듯 큰 물체가 날아와 ……(손실)…… 아니지만 토성과 천왕성의 강한 인력으로 조금이나마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손실)…… 안에 인간보다 더 나는 지적 생명체들이 태어나길 바란다.
두번째는 이 우주선의 궤도를 9058년 뒤에 태양계 근처를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블랙홀로 보내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우주 항해선이 사리진 것을 발견하자마자 추적하여 중성자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금 후면 이 우주선이 중성자 미사일에 격추될 것이고, 그 후에 조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블랙홀로 향해 가도록 (다행히도 이 우주선은 중성자 미사일에 격추되도 통제장치가 멋는 일은 없게 설계된 너무나 멋진 우주선이다.) 자동운행장치를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생각하면 ……(손실)……인간의 멸망이 최선의 결과라는 생각이 옳음을 느끼게 된다."
1000만 년의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기록을 급하게 남기는 과정에서 훼손된 것인지 유물을 회수하는 동안 훼손된 것인지 기록의 일부일부가 훼손되어 있었는데 그나마 로모들이 기록을 정성스럽게 남겼기 때문에 손상된 부분 이외의 나머지는 깨끗하게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이리라... 1000만 년 전 로모는 스스로의 전쟁을 거치면서 결국 자멸의 길을 걸었으며, 스스로 종족보존의 길을 포기했다는 스스로의 기록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상황일까 생각했다.
분명 우리는 로모보다 과학과 문화가 더 발달된 동물이고, 로모보다 우주선 제작이 더 발달했음에도 멸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1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선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을 수도없이 해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한 평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약 150년 전에 우리에게 있었던 것과 같은 위기를 넘기지 못해서 자멸했다는 말인가?
문명의 허무함을 느끼면서 혼자말을 되내였다.
"우리도 지공류에게 뒷일을 넘겨줘야 할지도 몰라!"
ps. 이 글은 순수하게 제가 창작한 글입니다. 펌을 희망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나오는 여러가지 이름들 또한 제가 그때그때 생각나는 용어들을 갖다 사용했습니다. 어떠한 의미도 없으므로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바랍니다.
ps.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가장 좋을 뿐....^^
'잡담 > 재잘재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참 적절하고 미묘한 의미의 단어 '말씀' (1) | 2007/04/21 |
|---|---|
| (old) Lovesong best 180 (4) | 2007/04/16 |
| 나의 적성검사 (0) | 2007/04/15 |
| 여성잡지 속의 광고.... (0) | 2007/02/24 |
| 고생물학자의 연구 (8) | 2007/02/19 |
| samsungSCV.co.kr (2) | 2007/02/17 |
| 탈렌트 정다빈 자살.... (2) | 2007/02/10 |
| 세상은 아는만큼 보인다 (4) | 2007/02/09 |
| 팝콘용 옥수수 (8) | 2007/02/08 |
| 커리어 손금광고 분석...... (6) | 2007/02/05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
와, 멋진 글이에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호~저도 가끔은 저런 생각들을 하곤하는데 말이죠...
우리 이전에 또 다른 존재들이 우리처럼 문명을 이루고 살았지만 우리는 알 수 없는...
글을 읽어봤지만...제 짧은 식견과 감으로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뭐...인류 아닌 인류...이런거라도 몇자 적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ㅎ
라이트하우스님 감사합니다.
'인류 안니 인류'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제목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와~ 재밌게 읽었습니다. :) 그런데 시생화석이란 것이 아마도 표준화석(index fossil)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맞나요? 제가 들어본 용어가 아니라서요... 전 표준화석과 시준화석이란 표현은 들어봤는데 시생화석이란 표현은 익숙치 않네요. :) 만약 index fossil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표준화석이 가장 일반적일 것 같습니다. 내용 정황상 시상화석(facial fossil)은 아닌 것 같아서요.
좋은 하루 되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시생화석에 대해서 본 것은 오래전 과학책들에서 본 것 같은데, 그동안 용어가 변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과학책 저자들이 대충 용어를 사용했을지도 모르겠구요. (요즘도 그런 책들이 많죠.)
꼬깔님 의견대로 요즘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면 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