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아이의 주변을 깔끔하게 치워주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주변에는 항상 더러운 것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더러운 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태로 성장하여 사회에서 더러운 것을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까? 더러운 것을 모르기에 상당한 공주병/왕자병이 되지 않을까?

석가모니의 유명한 어렸을 적 일화를 살펴보면 더욱 이러한 이야기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석가모니의 어렸을 적 이야기


우리는 개념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데에 거의 반드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경험이 없다면 그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석가가 출가를 하게 된 이유는 그의 아버지 숫도다나 왕이 어려서부터 아무것도 접할 수 없게 키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노, 병, 사를 접했으면 평정함에 대해서 크게 감명받아서 출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지식과 같은 것들도 이런데, 신체적인 것은 어떨까?



사람의 몸에는 상당히 중요한 면역체계라는 것이 있다. 외부에서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막아내는 기능이 면역체계다. 해로운 물질은 세균일 수도 있고, 물리적/화학적으로 상당히 큰 입자일수도 있으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때때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같은 것도 해로운 물질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에는 거의 어떠한 면역체계도 갖고 있지 않으며, 우리 DNA에 각인되어져 있는 극히 일부의 면역체계를 제외하곤 태어나서 수일이 지나면서 학습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역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신체에서는 출산 직후 특별한 단백질을 포함한 초유가 분비되어 아이의 면역력을 형성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초유에는 어머니의 몸에 형성되어 있는 면역체계를 자손에게 전달하는 단백질들이 들어있는 것이다.[각주:1]

하지만 초유로 인해서 모든 면역체계가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태어난 뒤에 일정시간마다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한때 인간들의 숫자가 지구상에 너무 많아지는 것을 막아오는 심판자이기도 했던 인류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질병들이 찾아오게 된다.



부모들은 병에 걸릴까 다칠까 염려하여 아이들이 더러운 것을 접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사실 나도 내 자식이 생긴다면 더러운 것과 접하지 않고 자라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하지만....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더러운 것을 아예 접하지 않고 성장하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어려서만 배울 수 있는 수많은 방어기작들이 시험도 거치지 않고 실험제품인 상태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성장하면서 더러운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이 세균이든 먼지든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든 간에...) 실질적으로 그것을 방어할 수 없게 되리란 것이다.

어떤 꽃가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꽃가루에 선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점차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봐서는 후천적으로 꽃가루에 훈련이 되지 않아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려서부터 꽃은 아름답다고 배우고, 꽃을 감상하는 것은 좋아하되, 꽃이 갖는 실질적인 더러움인 주변 토양이나 꽃가루, 그 위의 곤충 등등...이 더럽다는 이유로 전혀 접하지 않고 성장해서 뒤에 과민반응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부인과 병원에서 신생아를 위한 공간에 꽃을 꽂아두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다. 꽃가루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속담이 있다. 어려서 부모들이 세균과 접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야 세균과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되고, 세균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너무 세균과 싸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같이... 우리 몸이 원천적으로 방어력을 갖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젖병을 삶지 않고, 소독약으로 소독한다던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몸이 방어기작을 갖춰야 하는 부분까지 우리 몸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몸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이들을 풀밭에 데려가지 않으면 결국 아이는 풀독에 잘 옮는 것처럼......
결국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건강한 아이들이란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맞는 것이 아닐까?

어려서부터 더러운 것도 곧잘 접해보고, 상처도 좀 나보고... 등등 공주/왕자로 크기보다는 약간씩 경험을 해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출 수위나 노출 방향이야 부모가 결정해 주는 것이겠지만....

ps.

  1. 일부 사람들은 초유가 더럽다고 생각하는데, 판단이야 자기 맘이지만, 결국 자기 자손들을 약화시키는 것이니 뭐라 안 하기도 그렇다..... 혹시 어머니가 심각한 면역계 질환을 갖고 있다면 초유를 안 먹일 수도 있겠지만... [본문으로]
포털에 펌할 수 없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작은인장

트랙백 주소 :: http://may.minicactus.com/trackback/1946 관련글 쓰기

  1. Subject: 항생제와 함께 항균제품도 경계해야 하는것 아닐까?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2007/01/15 13:46  삭제

    항생제 오남용과 관련해서 어제 각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로써 좀 더 많이 항생제를 투여한 병의원들과 그렇지 않는 병의원들이 구별되게 되었는데요. 물론 의료계에선 병원의 사정이 다 다르니 일괄적으로 처방률을 잣대로 사용하는 것엔 반대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가 항생제 오남용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균들이 더욱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죠. 덕분에 좀 더 강한 항생제가 아니면 죽지 않는 슈퍼병균까지..

  2. Subject: Knowing About 과 Knowing 의 차이

    Tracked from 해피씨커의 일상소소 2007/02/08 23:07  삭제

    2000년 설 명절날에 처갓집에 놀러갔다가 첫째 딸이 그만 뜨거운 육개장 국무에 팔뚝을 담구어버리고 말았다. 아내가 급하게 찬물로 응급조치를 했지만 손목 부위부터 어깨 가까운 곳까지 금방 살이 일어나 벗겨지고 옷에 붙어 버리고 말았다. 부모로서 눈앞에서 딸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스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었다. 다시 둘째 딸이 태어나 어느 정도 지각능력이 있게 되었을 떄, 우리 부부는 두째딸에게 뜨거움에 대해 가르쳐주기로 ...

  3. Subject: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Tracked from 빈공간 2007/06/25 04:12  삭제

    놓아라 잡을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날은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아토피피부염에 관한 프로가 하고 있더군요. 그 티비를 보면서 생각 했죠 내가 어린적에는 지금보다 더욱 더러운 환경에 자주 노출 돼었고, 친구들과 흙장난을 치다가 나는 흙도 먹을수 있다며, 흙을 집어먹기도 했었으며, 길가에 쥐가 죽어 있는걸 친구들이랑 신기하게 보면서 쥐를 해부해보고 싶은 생각에 맨손에 커터칼을 들고 쥐가죽을 갈라보려고 쥐의 시체를 만지기도 했었고, 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삔냥 2007/01/14 12:2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요즘 지나친 멸균제품이 사용으로 슈퍼세균이 등장함과 동시에 면역력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아요.
    ㅡ_ㅡ그래서 저는 제 방을 지저분하게 방치....;;(이게 아닌가요;;;)

  2. BlogIcon 쟈칼 2007/01/15 00:3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런면에서만 보자면..저는..`면역성`만큼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을듯..ㅎ 글 잘 읽고 갑니다~

  3. BlogIcon 라디오키즈 2007/01/15 13: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예전에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지요.
    -_- 버블보이로 아이들이 살아선 안될터인데... 쿨럭~

  4. BlogIcon 해피씨커 2007/01/15 19:1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나는 프로그래머다'라는 책에서 읽은
    Knowing About 과 Knowing 의 차이가 생각이 나네요 ^^

    • BlogIcon 작은인장 2007/01/24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저도 '뜨겁다'라는 것에 대해서 쓴 글이 있었는데요... ^^ 과보호(?)에 대한 글이었는데 링크해 주신 글과 내용이 상당히 흡사하네요. ^^

      그나저나 트랙백이 안 됐었나요? 트랙백으로 엮어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ㅎㅎ

  5. BlogIcon 해피씨커 2007/02/08 23:0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제서야 확인하고 트랙백 쏩니다 ㅎㅎ

  6. BlogIcon 학주니 2007/06/25 09:3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니.. 아이에게 있어서 초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

  7. 2007/06/25 14:4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