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물통 속의 먼지 살피기


얼마 전 어떤 출판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 분이 몇 가지 질문을 하더군요. 다른 건 다 그 자리에서 답변해 드렸는데....(그 분도 물리학과 출신이시라더니 평소에 궁금한 점이 많으셨나봅니다. ^^) 이 질문을 듣고는 "이건 나중에 포스팅 해야겠는 걸요...." 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이 질문이라는 것은....

물통 속에 먼지가 들어있을 때 물을 휘휘 저으면 왜 물통속의 먼지들이 가운데로 모일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큰 덩어리의 먼지가 먼저 중심부로 모여들고, 작은 덩어리의 먼지가 나중에 모여드니 언뜻 원리를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

단순히 밀도나 질량 같은 것만 따지면.... 무게나 밀도에 따라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정당한 움직임이겠습니다만.... 실제로는 무거우나 가벼우나 무조건 안으로 모이는 것을 평소부터 궁금해 하셨나 봅니다.

내가 혼자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서 글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확실히 남이 궁금해 하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일인 듯합니다. ^^
그래서 그에 관련된 짧은 답변을 준비해 봤습니다.


우선 물통을 하나 준비해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죠? ^^
물통은 아무것이나 괜찮습니다. 물통에는 당연히 적당량의 액체가 여러 종류의 먼지와 함께 섞여있어야 관찰이 쉬울 겁니다. 증류수 같은 순수한 물질을 넣어두면 정말 곤란합니다. ^^
또 물통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중력이 꼭 필요한 실험은 아니지만, 실험결과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우주공간 같은 중력이 별로 없는 곳에서 실험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또 액체는 적당량의 점성이 있어야 합니다. 극저온에서의 헬륨액체나 유리나 엿 같은 점성이 너무 높은 액체 속에서는 실험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것들이 들어있는 물통이라면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음은 당연하겠지요. ^^

자 이제 물통이 준비됐으면 실험을 합시다.
여러분의 머리속으로 사고실험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경험과 일치시키기 위해서 액체는 그냥 보통 물로 생각합시다. 온도, 압력도 일반적인 실험실 환경(15℃, 1기압)으로 잡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선 'ㄱ'물통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손을 넣어서 지금 막 물통의 물을 젓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물들의 속도가 도는 반경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흐를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물의 가운데는 거의 처음 속도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서 밖의 물은 물통의 마찰로 인해서 속도가 줄어들어 'ㄴ'처럼 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때 나타나는 현상은 욕조에서 물을 빼는 매우 유사한 실험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안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ㄴ'물통에 어떤 먼지가 하나 들어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먼지는 물통의 중심이 아니라면 어디에 있든지 물통의 중심쪽과 바깥쪽을 스치며 흐르는 물들의 속도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액체를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법칙 한 가지를 가지고 살펴보면 ......
물통의 중심부 방향으로 흐르는 물은 물통의 마찰의 영향을 적게 받으므로 더 빠르게 흐를 것이고, 물통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물은 물통의 마찰의 영향으로 더 속도가 느려질 것입니다. 따라서 베르누이의 법칙에 의해서 물이 더 빨리 흐르는 안쪽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렇게 힘을 받는 먼지는 나선을 그리면서 서서히 중심으로 모여들게 되고 결국 물이 한참 돌다가 정지할 때쯤 되면 먼지가 한 가운데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런데 먼지의 크기가 작으면 큰 먼지보다 물의 흐름의 차이가 더 작아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힘을 받는 면적도 작은 먼지가 더 작죠. 결국 더 큰 먼지들이 질량과 비교해서 중심으로 향하는 힘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큰 먼지들이 우선 중심으로 보이고, 작은 먼지들은 흐름이 더 약해졌을 때에서야 서서히 모여드는 것이죠.
물의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물을 막 젓은 직후에는 물의 흐름의 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물속에 와류가 상당히 심하게 존재하므로 중심부에 모여들기가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물의 흐름이 상당히 작아질 때까지 먼지들은 중앙으로 모이지 않고 계속 물을 따라 돌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해 놓으니 이해가 잘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그림 하나를 더 추가해 둡니다. 이건 물통을 옆에서 봤을 때의 그림으로 회전성분을 무시하고 반지름 성분만 살핀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물 위에 떠있는 가벼운 먼지들이 왜 한가운데로 모여드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은 회전의 구심력에 의해서 가로 모이게 되고, 덕분에 주변부의 밑바닥이 압력이 높아집니다. 압력이 높아져도 중심으로 가는 물의 흐름은 없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압력과 회전에 의한 물의 관성력이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물 밑바닥에서는 마찰에 의해서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따라서 관성력이 줄어들다보니  밑바닥에서는 중심으로 향하는 물의 흐름이 생겨납니다. 이 흐름은 결국 물통 전체의 순환이라는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물의 위에 떠 있던 먼지는 물보다 밀도가 낮으므로 중심부로 모여들어 조금이라도 물을 가로 보냄으로서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주게 됩니다.
물 밑바닥에서 중심으로 향하는 물의 흐름은 밑바닥에 먼지들이 중심으로 모여드는 것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 이 글을 끝내면서 정말 한 가지 당부를 남기자면....
바로 위 그림의 물의 흐름은 대체적인 경향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 흐름은 매우 미약하고 회전이 강한 흐름이므로 이 그림을 이해하실 때는 좀 더 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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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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