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말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각별한가보다.
단어 하나하나 틀리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 좀 지나치다 싶다.
우선 현재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말인 '틀리다'와 '다르다'의 경우를 살펴보자.
분명 국어사전대로라면 틀리다와 다르다가 공통된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의미 자체를 공통된 일부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수 그렇게 쓰고, 대다수는 그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1
그렇지만 일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다르다와 동일시하여 쓰고 있는 부분에 대한 '틀리다'의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의 근거는 국어사전이며,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에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역으로 살펴보자면 국어사전이란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이고, 이것을 다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역으로 대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항상 변화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어사전은 언어의 정확한 모습을 담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 따르는 언어생활을 하지 않음으로서 사회적/언어적인 의미에서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당장의 걱정거리일 뿐이다. '장애자/장애인/장애우' 와 같이 언어를 인위적으로 바꾼다고 사회가 혼란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생각이 바뀌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이 바뀌듯.... 언어 자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것이다.
오히려 국어사전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짜장면'과 '개발새발'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어학자들이 이 두 단어를 국어사전에 등재할 때 '자장면'과 '괴발개발'로 등재한 것은 현재의 국어를 무시하고 최소한 십수 년 전의 언어로 되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활에서는 짜장면을 사용해야 하는지, 자장면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오히려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보다 더 황당한 변화들도 우리는 이미 수용한 전례가 있다.
'파리'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파리의 어원은 다들 아시겠지만 '팔'2이다. 팔이 파리가 되는 과정은 황당하게도 주격조사 'ㅣ'가 들어가 '파리'로 표기된 것이 그대로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다.
언어의 변화가 일부 불합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대중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 불합리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은 새로운 국어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너무 급격히 변하거나 언어적인 체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구성원들간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피해야 할 현상이다.3
참고로 일본말에서 건너온 단어들을 별 꺼리낌없이 사용하다가 일본어가 어원이란 것이 알려저서 사용하지 않게 된 단어들을 살펴보면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쓰나미'라는 국제 공용어를 두고도 어원이 일본어이니 우리말 '해일'로 부르자는 분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약 그 분들은 '쓰나미'의 어원이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나 그런 말이었다고 하면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뜻이 달라서 국어사전에서 완벽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태가 무너져서 국어사전에 혼용되는 부분이 실리게 되면 그때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완벽하게 구분해서 쓰자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이전의 국어를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우리 언어생활에서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이상형이라면 우리는 현대국어를 버리고 고전국어 즉 15c의 국어를 다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언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15c 국어에 나타나고 있음을 고등학교 국어를 배움으로서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15c의 아름다운 국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다르다'와 '틀리다'를 엄격히 구분하자는 수 년, 수십 년 전의 우리의 국어로 되돌아가자고 하지는 않아야 한다.
문제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 혼용이 정당한 변화이냐 기존 언어체계를 허무는 변화냐를 따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전 국민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해서 사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고, 이 혼용은 사실상 수십 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변화이므로 피해야 할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자기들의 언어가 너무 괴팍하기에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인위적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조차 수용하지 못할까? 그것은 너무 경직된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상이 나의 '다르다'와 '틀리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국어생활을 너무 사전에 억매여 따지면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의 뜻이 겹쳐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일 것이다.
- 다르다를 틀리다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만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 쓰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미 다수인지 아직 소수인지 명확지 않지만, 이미 이러한 쓰임새로 의미의 혼동은 나타나지 않는 수준에 있다. [본문으로]
- 아래아를 사용한 '팔'이다. [본문으로]
- 이미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몇 차례 겪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몽고침략기(몽골언어에 의한 큰 영향),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사회적 변화에 의한 언어적 혼란), 일제침략기(일본어에 의한 큰 영향), 그리고 한국전쟁(영어에 의한 큰 영향)이라는 역사적 대 전환기를 맞이하여 변화한 국어라고 들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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