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말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각별한가보다.
단어 하나하나 틀리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 좀 지나치다 싶다.

우선 현재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말인 '틀리다'와 '다르다'의 경우를 살펴보자.
분명 국어사전대로라면 틀리다와 다르다가 공통된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의미 자체를 공통된 일부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수 그렇게 쓰고, 대다수는 그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각주:1]
그렇지만 일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다르다와 동일시하여 쓰고 있는 부분에 대한 '틀리다'의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의 근거는 국어사전이며,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에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역으로 살펴보자면 국어사전이란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이고, 이것을 다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역으로 대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항상 변화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어사전은 언어의 정확한 모습을 담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 따르는 언어생활을 하지 않음으로서 사회적/언어적인 의미에서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당장의 걱정거리일 뿐이다. '장애자/장애인/장애우' 와 같이 언어를 인위적으로 바꾼다고 사회가 혼란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생각이 바뀌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이 바뀌듯.... 언어 자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것이다.

오히려 국어사전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짜장면'과 '개발새발'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어학자들이 이 두 단어를 국어사전에 등재할 때 '자장면'과 '괴발개발'로 등재한 것은 현재의 국어를 무시하고 최소한 십수 년 전의 언어로 되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활에서는 짜장면을 사용해야 하는지, 자장면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오히려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보다 더 황당한 변화들도 우리는 이미 수용한 전례가 있다.
'파리'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파리의 어원은 다들 아시겠지만 '팔'[각주:2]이다. 팔이 파리가 되는 과정은 황당하게도 주격조사 'ㅣ'가 들어가 '파리'로 표기된 것이 그대로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다.



언어의 변화가 일부 불합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대중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 불합리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은 새로운 국어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너무 급격히 변하거나 언어적인 체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구성원들간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피해야 할 현상이다.[각주:3]

참고로 일본말에서 건너온 단어들을 별 꺼리낌없이 사용하다가 일본어가 어원이란 것이 알려저서 사용하지 않게 된 단어들을 살펴보면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쓰나미'라는 국제 공용어를 두고도 어원이 일본어이니 우리말 '해일'로 부르자는 분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약 그 분들은 '쓰나미'의 어원이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나 그런 말이었다고 하면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뜻이 달라서 국어사전에서 완벽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태가 무너져서 국어사전에 혼용되는 부분이 실리게 되면 그때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완벽하게 구분해서 쓰자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이전의 국어를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우리 언어생활에서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이상형이라면 우리는 현대국어를 버리고 고전국어 즉 15c의 국어를 다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언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15c 국어에 나타나고 있음을 고등학교 국어를 배움으로서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15c의 아름다운 국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다르다'와 '틀리다'를 엄격히 구분하자는 수 년, 수십 년 전의 우리의 국어로 되돌아가자고 하지는 않아야 한다.

문제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 혼용이 정당한 변화이냐 기존 언어체계를 허무는 변화냐를 따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전 국민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해서 사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고, 이 혼용은 사실상 수십 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변화이므로 피해야 할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자기들의 언어가 너무 괴팍하기에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인위적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조차 수용하지 못할까? 그것은 너무 경직된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상이 나의 '다르다'와 '틀리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국어생활을 너무 사전에 억매여 따지면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의 뜻이 겹쳐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일 것이다.

이 글은 2006년 4월 12일 작성했던 글을 대폭 수정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1. 다르다를 틀리다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만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 쓰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미 다수인지 아직 소수인지 명확지 않지만, 이미 이러한 쓰임새로 의미의 혼동은 나타나지 않는 수준에 있다. [본문으로]
  2. 아래아를 사용한 '팔'이다. [본문으로]
  3. 이미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몇 차례 겪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몽고침략기(몽골언어에 의한 큰 영향),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사회적 변화에 의한 언어적 혼란), 일제침략기(일본어에 의한 큰 영향), 그리고 한국전쟁(영어에 의한 큰 영향)이라는 역사적 대 전환기를 맞이하여 변화한 국어라고 들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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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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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다르다/틀리다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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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bject: 5월의 작은선인장님의 틀리다와 다르다에 대해

    Tracked from ryool 2007/02/04 02:18  삭제

    <P>댓글을 썼다가 처음으로 트랙백이란걸 해보고싶어서 포스트합니다.</P> <P>말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지 않는게 좋다는 것은 공감합니다만</P> <P>저는 팔이 파리로, 자장면이 짜장면으로의 예처럼 단어 자체가 변하는 것과,</P> <P>"다르다/틀리다"처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두 단어 사이의 혼동은</P> <P>서로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BR>"두 방송국에서 예보했던 강수량이 틀렸다." "두 사람이 푼 문제가 틀렸다..

  3. Subject: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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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ubject: 올바른 국어 사용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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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화성 2006/12/09 16:3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 작은인장님이 글의 마지막에 빨간 글씨로 쓰신 문장때문에라도 둘의 차이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다'는 뜻으로 '틀리다'라고 썼을 때 다른 사람은 '틀리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2. BlogIcon Pod 2006/12/09 18: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주변분들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을 혼용할 때 귀에 거슬리더군요~. 그런 분들한테 계속 코멘트를 해드리다가 까칠하다는 말까지 듣구요. -_- 하도 많은 분들이 그러셔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듣습니다.

    • BlogIcon 작은인장 2006/12/09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의한 집단적인 동질감에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과연 다르다와 틀리다 문제가 많은 대중과 언론의 조명을 받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랬다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

  3. BlogIcon Outsider 2006/12/10 02:4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상당히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작은인장님처럼 정리해서 글을 쓸 능력이 안되서요.. ^^
    이미 대다수가 틀리다를 다르다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틀리다라고 한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그사람이 말한 의미도 틀리다라는 의미로 왜곡 시켜 버린다고 생각합니다.
    "넌 틀렸어"랑 "넌 나랑 틀려"하고는 의미가 완젼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의미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국어사전에 끼워맞추다보니 둘을 같은 의미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전에는 "상상플러스"를 재밌게 보았는데 어쩔때는 전국민의 90%정도가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정도 되면 국어사전을 바꾸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4. BlogIcon TayCleed 2006/12/10 13: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말이 사람의 생각 자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간단한 예를 들자면 일제의 한글 탄압...이랄까요, 비약이 너무 심하긴 합니다만. ^^;

    그런 의미에서 저는 '화성'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5. BlogIcon ileshy 2006/12/10 23:3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Outsider님 말씀처럼 '서로 다르다'가 아닌 '서로 틀리다' 라고 썼을때 의미 전달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주인장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언어의 발전과 언어의 순화를 혼동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틀리다와 다르다가 언어 순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힘드네요.:-)
    어쨌건, 국어사전을 따라하는것만이 언어순화는 아니라는점은 확실합니다.

  6. BlogIcon 토프 2006/12/11 01:3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글 맞춤법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늘 하게 되더군요. 사실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와 같은 표준어 규정을 따지다 보면 애매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답을 언제나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사소한 것까지 따진다고 의미 전달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교정을 볼 때면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얼마나 '무결한'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결론은 '성의'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언어학자가 아닌 사용자인 만큼(심지어는 언어학자들도 헷갈려 하는 한글 맞춤법입니다만) 완전무결에의 집착은 필요이상의 것이며, 언어의 혜택을 누리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언어에 대한 성의(또는 애정)을 보일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도 비슷한 시각입니다. 일차적으로 '소통'에 관심을 둘 뿐이죠. 의미 전달만 분명히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글 쓸 때도 요즘엔 그냥 손 가는대로 씁니다. ^^;

  7. BlogIcon 비탈길 2006/12/11 11:0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틀리다와 다르다의 경우 굳이 언어순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전을 너무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표준어는 어디까지나 '교양있는'을 강조하거든요. 특별히 나쁜점이 없다면 오히려 사전에 의해 국민이 계몽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8. BlogIcon 작은인장 2006/12/11 17:5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많은 분들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도 말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이유를 들어 말 자체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원래 취지 또한 그런 예일 뿐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소재를 사용했을 뿐이지요.

  9. BlogIcon ryool 2007/02/04 15:1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가 엮은 글의 댓글 보고 남깁니다^^
    작은인장님의 글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합니다.
    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시 두 단어를 정확히 구별해서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른 단어들의 "변화"에는 관대하면서도 유독 "틀리다"가 "다르다"의 의미를 갖는 것에 대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말이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인지,
    다양성의 가치가 점점 커져가는 사회에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판단해버리는 정서를 애써 부정하고싶어서인지...
    "다르다"의 잘못이 "틀리다"가 아닌 다른 단어였다면 아마 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우리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게 좋네요^^

  10. BlogIcon noname 2007/07/07 09:0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가 생각하는 바도 위의 이 부분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의 뜻이 겹쳐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일 것이다.

    왜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해서 써야 하냐면 언어란 쓰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틀리다가 다르다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틀리다의 본래 뜻으로 상대방을 비판, 비난할 때 “넌 틀렸어!”라는 의도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르다와 용법을 달리하여 쓸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국어사전대로만 따르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따르지 않더라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뜻이 잘못된 의도까지 포함한다면, 그건 고쳐야 할 언어 사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