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큰누나로부터 요즘은 대학가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입시를 힘들게 두 번이나 치뤘었고, 그 결과 요즘 아이들을 한없이 부러워 해야 할텐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었다.

1. 경기도 지역의 입학점수가 너무 높아졌다.
2. 지원하려면 과목별로 1~2등급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때를 생각해 보면.... (이과만...)
우선 우리때는 지금보다 과목수가 더 많았었다. 국영수는 물론이고 국사, 윤리까지 필수였다. 그리고 과학 4과목중 2과목을 선택(화학, 물리중 최소 1과목 선택)을 해야 했고, 사회 3과목중 1과목을 선택했다. 제2외국어/실업 중에 1과목을 선택해야 해서 난 물리-화학-지리-농업을 선택했다. 총 9과목 모두를 잘 하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올해 수능에서는 어떨까?
국영수는 물론 봐야 하지만, 그 이외에는 기껏 과학에서 두 과목뿐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 공부하면 요즘 수능 400점은 우습게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대학에 가기 힘들어졌다고 하면서 특히 수능, 내신 2등급, 3등급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 안에는 가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때와 비교해 보면 그것도 우습다. 우리때는 각 과목별로는 따지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20~30%에 들어야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요즘 내신으로 따지면 무조건 3등급 안에 들어야 4년제에 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서울 안에 가려면 전과목 평균 등급이 2등급 안에 들어야 하는 수준인 것이다. (그것도 서울의 이름을 일반인이 거의 모르는 대학에 가려고 해도 그런 수준이었다.)

전과목 평균 등급이 2등급 안에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잘 한다는 과목은 반드시 1등급을 맞아야 하는 수준인 것이다.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요즘 등급제에 맞춰서 생각하면 수학, 과학(물리, 화학), 지리는 확실한 1등급이었다. 국사, 윤리, 국어는 1등급이 될지 2등급이 될지 긴가민가 한 수준이었고, 농업은 3등급정도 수준이었다. 난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영어는 4~5등급 정도 맞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수학, 과학을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전에 말했듯이 난 도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논술도 상당히 잘 봤을 것이다.

만약 우리때 4년제 대학에 진학했던 사람이 그 실력 그대로 지금 대학을 가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자기가 원하는 곳에 매우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주 쉽게는 아니겠지만......

요즘의 경기도 대학 점수 상승은 그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 원인에는 복수지원제도의 숨은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수지원제도는 실력이 좋은 사람이 대학을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생겨났고, 그 결과 지금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대학에 못 가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우리때는 50명 한 반에 20명 정도가 진학하면 많이 좋은 진학율이었던 것을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 덕분에 요즘 상위권의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갈 확률이 많이 높아졌고, 어쩔 수 없이 재수하게 되는 학생들은 거의 없어졌다. 물론 요즘은 대학에 등록하고 재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건 자기의 선택사항이니 어쩔 수 없이 재수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서울지역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등록에 밀려서 그보다 실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학생들이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으로 진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전보다 경기도 지역의 입시 커트라인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때는 4년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상위 20~30% 안에 들어야 했다는 말을 앞에서 이미 했었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10% 안에 들어야 한다. 이 수치는 우리때도 비슷했었다. 하지만 저 수치가 나온 뒷면에 우리때는 그 수치 안의 학생들이 2/3~3/4 정도가 재수를 해야 했던 반면 요즘 학생들은 거의 재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요즘 아이들이 대학기기 힘들다고 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우리때보다 공부도 안 하고, 실력도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ps.
그나저나 이번 물리 수능을 풀어보니 물리I은 조금 어려운 수준이고, 물리II는 아주 어려운 수준이더라...(학력고사~수능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물리시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렇게 어려워야 실력있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정도의 수준에서 난이도를 유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수능 문제 출제를 감독하던 담당자는 도대체 어딜 보고 수능이 쉽게 출제됐다고 한 것인지????
ps.
내년에 심심풀이로 수능시험이나 봐볼까??? - 예전 대학 다닐 때 친구한테 이런 이야기 했더니 장난으로 본다면 죽어라 공부하는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보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왜 요즘은 고3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들까?

포털에 펌할 수 없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작은인장

트랙백 주소 :: http://may.minicactus.com/trackback/1680 관련글 쓰기

  1. Subject: 제대로 방향 정해서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Tracked from As it knows it is visible 2007/02/03 20:24  삭제

    최근 말많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해 저의 주변에서 볼 수있는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군대를 전역하고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교육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기존 대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yaru 2006/11/19 20: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해마다 수능칠때 마다 느끼는건데;;
    뉴스에선 올해는 정말 쉬웠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전부 어려웠다고 말하는 것을 해마다 들는 것 같음
    근데 수능이 너무 어려우면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서 안돼요~ ^▽^

    • BlogIcon 작은인장 2006/11/19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항상 어려우면 자살하는 사람이 없겠죠.
      또 그정도로 자살할 사람이라면 수능이 쉬웠다고 하더라도 얼마 안 가서 자살하지 않을가요?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요... -_-

  2. BlogIcon 김민섭 2006/11/20 08:1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수능 적당히는 항상 어려워 왔어요. 01학년도인가만 빼면 대부분의 시험에서 만점가까이 맞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죠. 머 요새들어 문과는 약간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과의 경우는 그 누구도 500점 가까이 맞아서 난이도가 너무 쉬워 내 실력이 빼어나게 드러나지 못했다라고는 말 못할텐데요. 물2가 어려운거도 작년에 화2어려워서 각 과목 선택자들이 손해본걸 생각해보면 난이도 조정의 측면에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좋은 대학가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3. BlogIcon ileshy 2006/11/20 10:3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시험이 쉬워지나 어려워지나 좋은대학 정원은 정해져 있으니 좋은대학 가기는 어렵겠죠.. 학생수는 줄어들고 대학정원은 줄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왠만한 대학을 가기는 쉬워진것이고요.. 솔직히 시험의 난이도 같은것과는 별 상관 없다고 봅니다.
    어쨋건 주인장께서는 학력고사 세대이신것 같은데요.. 그때도 삼촌뻘 되시는 분들은 똑같은 말씀을 하셨죠.. "우리때는 전과목 다봤어, 지금은 엄청 쉬워진거야 짜샤... "

    • BlogIcon 작은인장 2006/11/20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맞아요.
      다만 차이가 있었다면 오직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 차이죠. 본고사 시절에도 여러곳으로 지원할 수 있었으니까요.

  4. BlogIcon 루돌프 2006/11/20 13: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크윽.. 저도 전역하면 다시가고싶은데...ㅠㅠ
    400점은 우습게 넘으신다니.. 부럽습니다.ㅠㅠ

  5. BlogIcon trendon 2007/02/03 20: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요즘에는 수능 안보고 다른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하여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사편입을 많이 하더군요. 저도 준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