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다중인격자 증상을 갖는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에서 사랑은 기억에 의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격는 어떤 "느낌"같은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분비 등의 육체적 변화를 포함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판단해 보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DNA가 찾아낸 최적의 배우자에 대한 끌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개시정거리>의 여자주인공 류현경은 복잡한 사정이 있는 여자다. 몽유병(램수면 장애)이 있기 때문에 밤에 잠자면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간혹가다 잠자면서 겪은 일을 꿈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류현경은 그런 여자는 아니고, 다만 잠자면서 행동을 할 때는 거의 정상인과 같은 행동을 한다.
류현경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있다면 잠자는 동안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줄거리
제목 '안개시정거리'의 의미는 안개 속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뜻한다. 명확지 못한 기억 속에서 불명확하게 형성되는 사랑의 감정을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확인할 것인가?
이 단막극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을 쉽게 말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간단하게 '그냥 좋아지는 느낌'이랄지, '전신의 신경세포들이 짜릿짜릿하게 감전된 것 같은 느낌' 같이 생각하면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 단막극은 극중 내내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울려퍼진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주요 연주는 챔벨로라는 고전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인데, 어떤 사람들은 자장가로 사용하나보지만.....(난 이런 음악을 들어도 잠이 안 온다. ㅜㅜ 잠이 안 올 때 사용하는 유력한 방법 하나를 난 잃었다. ^^;;;) 듣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차분해진다. (설마 차분해지면 잠드는 건 아니죠? ^^;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은 배째님의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챔벨로 연주 음반은 원전악기 연주의 대가 레온하르트 연주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소곡"이다. 이 곡도 한번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단막극에서 사용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챔벨로도 레온하르트가 연주한 것이리라~!!) 바흐의 사촌 누이이자 자신의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작곡가, 연주가, 화가, 작가 같은 사람들은 아마 사랑의 감정을 쉽게 조절하나보다.
2006년의 손에 꼽히는 단막극이 될 것 같다.
여러분들도 한 번 보기 바란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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