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하에너지란 곳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아하에너지란 기업에서 서울 지하철의 환풍구에 발전기를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에서는 이 계획에 300억원을 사용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는 많은 이공학도들이 반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 마디로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과 "열역학 제0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어기고 있다는 이야기.

예전에 지하철역[각주:1]에서 전시되어 있는 것을 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이렇게 문제를 발생시킬줄은 생각지 못했다. (언제 다시 가서 한 번 살펴봐야겠다. ^^)


나는 이 글에서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아하에너지의 의견 또는 이공학도들의 의견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노력하겠다. 현재 아하에너지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차단된 상태(홈페이지를 일괄 삭제한 것으로 보임)이므로 그동안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을 통해 밝힌 의견들만을 보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음을 밝힌다.




하나, 지하철 운행통로와 승강장의 열은 어디서 오는가?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답을 말씀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차가 가속과 감속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열, 승객들의 체온, 운행설비와 승강장을 유지하기 위한 장비들에서 나오는 열, 그리고 지열이 문제의 그 '열'이다. 이 열들은 환풍을 해 주지 않을 경우 지하승강장을 사람이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높일 수 있다.

둘, 아하에너지의 풍력발전기에 사용되는 반대로 도는 프로펠러는 어떤 장치?
아하에너지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반대로 도는 프로펠러가 상당히 중요한 기술인 것처럼 되어있다. 그러나 그런 장치는 사실 특이한 장치가 아니다. 80년대부터 발표되던 여러 가지 제패니메이션을 살펴보면 앞뒤로 도는 프로펠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래소년 코난>, <천공의성 라퓨타> 등의 제패니메이션이 내게 당장 떠오르는 애니메이션들이다. 이런 방식의 프로펠러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반대로 도는 프로펠러를 (복잡한 기술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이중으로 설치하는가? 첫번째는 뉴턴역학의 작용-반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프로펠러가 한 방향으로 돌면 몸체는 반대방향으로 돌려고 하므로 이를 상쇄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효율에 영향이 있다. 예를 들어 배의 프로펠러 뒷쪽으로 방출되는 물은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방향으로 회전하는 회전류가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회전하는 것도 운동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때 완전히 정반대로 도는 프로펠러를 겹쳐놓으면 뒤로 방출되는 흐름은 회전류가 아닐 수 있다. (기술적으로 완전히 회전류를 상쇄시키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회전류를 없앰으로서 결국 전진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실제로는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프로펠러 앞과 뒤에 작은 날개를 설치하여 프로펠러와 반대방향 흐름을 형성시켜 준다거나 하는... 우리나라 선박기업들이 보조날개를 활용하여 프로펠러와 반대방향 흐름을 형성시키는 방법으로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출원을 했다는 기사가 지난 여름에 나기도 했다.)

셋. 지하철역은 자연적으로 환기되지 않는가?
이공학도의 주장에서의 시각은 환기 시스템과 발전설비로 간략하게 축약한 관계에서 발전설비로 발전한 에너지는 환기 시스템이 발전설비 때문에 추가로 소모하게 되는 에너지보다 더 적을수밖에 없다는 열역학법칙에 근거를 둔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지하철역을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러운 환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적인 발상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는 이 주장이 맞다.
하지만 지하철역을 간략하게 축약한 이상적 모형에 문제는 없을까? 분명 이 모형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글 앞에서 지하철역에서 발생하는 열의 근원을 살펴보자. 지열은 어떠한 경우에도 환풍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자연현상으로서 땅 속의 (동굴같은 곳의) 공기가 외부로 자연스럽게 환풍되는 경우는 얼음계곡이나 석회동굴의 예에서처럼 고도(경사)나 어떠한 이유로 땅 속에서 열을 흡수(방출)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각종 설비, 사람, 차량이 방출하는 열은 지하철 공기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키지 않을까?
재래식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일단 지펴진 불은 자연스럽게 강한 환풍현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은 열이 발생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통용될 수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지하철역에서도 충분히 환풍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넷, 사람, 차량, 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은 어느정도?
이건 무척 어려운 이야기일 것 같다.
일단 지하철역에 평균 200명이 거주하고 있다면 한 사람당 100W의 열을 방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20kW의 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양은 사실 차량 운행이나 장비 유지에 필요한 전력에 비하면 매우 작은 값이다.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20W 형광등만 생각하여 1m에 1개씩 250m 길이의 승강장 양쪽으로 모두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10kW나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하철 역에 설치되는 변압기는 어떤 자료에 의하면 10MW~100[각주:2]MW에 이른다는 것을 봐서는 사용량이 큰 지하철역에서는 70MW의 전력을 형성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비전력은 거의 대부분 최종단계의 열로 발생함으로 70MW 규모의 열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다른 요소는 모두 무시하자.)
이 이외에 차량 운행에서 발생하는 열도 사실 아주 막대할 것이다. 간단하게 70kg 몸무게의 승객 50명이 타고 있는 10t짜리 차량 1량이 80km/h의 속력에서 완전히 정차할 때 발생하는 열은 약 3.3MJ에 이른다. 차량이 10량이고 5분간격 운행, 양방향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0.22MW의 에너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 이상의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다섯, 이 열을 발전에 사용할 수 없을까?
사실 이론상으로는 이 아이디어는 옳다. 이 아이디어를 수 년 전에 친구에게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은 매우 어렵다. 일단 지하철역은 열을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지 못하다. 강제로 공기를 뽑아내야 하는 구조인 것만 봐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환풍통로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공기가 방출되는 것도 문제다. 각각 하나씩만 따지면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작아진다. 물론 매우 특별한 기술을 개발했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70MW의 열이 계속 발생한다면 10% 발전효율만 보이더라도 7MW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추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분명히 개발될 수 있다.

여섯,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
문제는 아주 간단한데, 현재 아하에너지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풍력발전을 한다면 보나마나 바람을 송풍시키기 위한 장비들에 무리가 가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공학도들의 주장대로 이 방식은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서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에너지가 훨씬 많거나 에너지를 좀 더 얻을 수 있더라도 그 양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전체적으로 지하철의 구조가 발전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냉난방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애초에 지하철 역사를 만들 때 발전을 고려했다면 아주 조금은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성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일곱, 에너지를 얻을 방법은 없는가?
차라리 지하철역사의 뜨거운 공기에서 에너지를 얻으려고 했다면 더 좋은 방법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공기를 이용해서 난방 혹은 온수를 공급한다거나, 온도차발전설비를 이용한다거나 금속의 열전류를 이용하여 기존의 시스템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정도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각주:3]

많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 아하에너지의 공식적 대응자료 보도를 보니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9달이나 사업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이론적 검토도 해 보지 않았고, '단지 바람이 나오니 이용하면 된다' 정도로 생각했다니.... -_-;
더군다나 8명의 직원 중에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니....




지난 1월에 개봉한 <꿀벌대소동>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6행정 엔진이 나온다. (제작자 이외에 이를 눈치챈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궁금하여 검색해본 결과 실제 6행정 엔진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 그 기본원리는 그동안 발생한 열을 물이나 공기로 식히던 방식을 개조하여 2행정을 추가하여 실린더 내에 물을 분사함으로서 증발-팽창을 통해 동력으로 전환시킨다는 역발상이었다. 엔진의 효율이 증가한다니까 연료주유를 할 때 물도 같이 채워줘야 하는 단점이 있고(^^;;) 엔진 구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엔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처럼 역발상은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하에너지의 허현강이라는 대표의 역발상이 꼭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 설립이 지난 1월이었고, 10월달에 실행하려고 하다가 장벽에 부딪힌 그 성급함이 큰 문제가 아닐까? 실제 이론으로는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다......
여러 가지 기술을 잘 개발하여 앞으로 건설될 지하철역에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되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사실 그런 정도의 아이디어라면 언제든지 몇 가지는 낼 수 있다.



재미있는 글이 하나 있어 소개해본다. '아하에너지!!..기다리고 있던 바로!! 그 기업 그 주식!!'



  1. 종각역이던가? [본문으로]
  2. 구로역의 경우 33MW급 변압기가 3대 설치 가동, 예비 변압기가 추가로 1대 설치. 33MW * 3대 ≒ 100MW [본문으로]
  3. 이런 방법들은 지하철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환풍 이외의 방법으로 외부로 방출시키는 것이므로 에너지도 얻으면서 부가적인 장점도 생길 수 있다. (환풍효율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열이 빠져나갔으므로 열역학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