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국문과 교수로 계시던 김홍신 교수에 대한 일화가 있다. 강의를 딱 한 번 일반교양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이 3000명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 강의는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2년 전에 있었기 때문에 난 듣지 못했다. 3000명은 대학 정원의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학생이다.) 그래도 강의는 어떻게 어떻게 했는데 문제는 중간고사를 본 뒤 채점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답안지는 매우 커서 손 글씨로도 A4용지 한 장 정도의 분량이 들어간다. 그러니 3000명이 한 장씩만 썼다고 하더라도 A4용지 3000장 분량의 답안지가 됐을 것이고, 책으로 만들면 5000쪽짜리 전집 도서가 됐을 것이다. 이 정도 분량이라면 아무리 김홍신 교수가 글에 노련한 분이고, 능력이 출중하시다고 하더라도 결코 채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채점만으로도 족히 한 학기가 흘러갈 수 있는 문제다. 일반인이라면 한 번 읽기도 벅찬 분량이 아닌가? 그래서 김홍신 교수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시험지를 날리면서 날아간 거리가 짧을수록 더 좋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아무리 채점을 까다롭게 하는 상황이더라도 이 정도의 상황이 되면 선풍기에 날리는 교수의 심정을 이해해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서울신문을 보니 선풍기 일화의 원조가 이두문학연구의 대가였던 국문학자 고 양주동 선생이라고 나왔다. 선풍기에게 채점을 대행해 버리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었나보다.
최근 지방 국립대 법대 교수가 채점을 사법시험 준비반 학생들에게 맡겨 문제가 됐다고 한다. 비슷한 문제가 17~18세기 천재의 세기였던 유럽에서 종종 전해진다. 아주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채점을 맡기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엄청난 사건은 교수가 자기 자리를 대신해서 학생에게 교수자리를 줘버리는 사건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뉴튼(Issac Newton)의 일화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학생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뉴튼의 경우에는 그 능력이 너무나 출중했기 때문에 후일에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교수의 안목에 탄복하게 되지만, 그럴 정도의 능력을 갖는 학생은 전 세계를 통털어 생각해도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나도 대학교에 다닐 때 비슷한 사례를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전공과목에서였는데 사실상 채점자의 실력을 공공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경우에도 분명 문제는 문제다. (더군다나 더 문제인 것은 채점한 학생이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_- 물론 채점 결과를 교수가 다시 꼼꼼히 살펴봤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대학원에 재학중일 때는 어느정도의 채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과정의 과제물들은 대부분 거의 판에 박은 답안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본다고 하더라도 별로 얻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채점한 시험지들은 교수들이 한 번씩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채점 결과가 수정된 것은 없었지만 교수들이 꼼꼼하게 살펴본 것은 분명했다.)
또한 나의 전공이 물리학 분야이기 때문에 한 번만 제대로 공부했다면 논리적인 답변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학부과정 문제들은 교수가 채점하던 대학원생이 채점하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대학원생에게 채점을 맡겨 가채점을 하게 하고, 점수를 계산하게 한 뒤에 교수 스스로 검토를 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이건 순전히 교수들의 노동력을 보전하고, 대학원생들의 실력함양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법대 교수의 채점 대행이 왜 문제가 될까?
우리가 법원의 재판과정과 판결 결과를 살펴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물리학처럼 논리적으로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자료나 법조문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논란거리가 항상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결과에 따라서 엄청나게 결과가 달라져 버린다. 수식에서 맨 뒷쪽에 1이 더해진 경우와 안 더해진 경우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보자. 수식은 물리학에서 대화하는 언어다. 물리학에서 단순히 숫자 '1'이 더해진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나타낸다면 언어로 모든 것을 따지는 법대에서는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학부생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을 나온 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아니라면 세세한 것까지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험문제가 너무 간단해서 누구나 다 아는 문제였을까?) 물론 채점을 학부생들에게 맡겼다고 하더라도 후에 스스로 다시 모두 읽어보고 확인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 교수는 법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ps.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요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채점' 문제를 살펴보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무척 위태롭게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교조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6번 주경복 후보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경복 후보는 교수의 자격을 유지한 채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지금은 방학중이지만, 비공식적인 선거운동과 준비는 학기중에 시작되었으므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갔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므로 학교에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가 지난 4월 9일에 있었던 총선에서도 문제로 지적되었던 바 있다. 그런데 직후 치뤄지는 선거에서 계속 자행되는 것이다. 사립대학교의 대학교 교수 자리는 공무원 자리는 아니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만큼 다른 공무원들이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비교해서 대학교수도 일단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경복 후보가 지난 학기에서 수강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줘서 논란이 되고 있다. 10명이 넘는 모든 학생에게 동점을 줬다고 한다. 모두 똑같은 답안을 작성했거나 너무나 훌륭한 답안을 작성해서 만점을 주지 않을 수 없었을까? 이 문제 때문에 건국대학교에서는 주경복 교수에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 어떻게 될까? 채점을 편법으로 하더라도 아무 말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법대 교수의 경우 문제가 붉어지고 있는데 주경복 후보에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솔직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건국대학교 출신이고, 건국대학교 출신 교육감이 나온다면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동문이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별로 환영할 수 없다. -_-
오늘 서울신문을 보니 선풍기 일화의 원조가 이두문학연구의 대가였던 국문학자 고 양주동 선생이라고 나왔다. 선풍기에게 채점을 대행해 버리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었나보다.
최근 지방 국립대 법대 교수가 채점을 사법시험 준비반 학생들에게 맡겨 문제가 됐다고 한다. 비슷한 문제가 17~18세기 천재의 세기였던 유럽에서 종종 전해진다. 아주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채점을 맡기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엄청난 사건은 교수가 자기 자리를 대신해서 학생에게 교수자리를 줘버리는 사건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뉴튼(Issac Newton)의 일화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학생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뉴튼의 경우에는 그 능력이 너무나 출중했기 때문에 후일에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교수의 안목에 탄복하게 되지만, 그럴 정도의 능력을 갖는 학생은 전 세계를 통털어 생각해도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나도 대학교에 다닐 때 비슷한 사례를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전공과목에서였는데 사실상 채점자의 실력을 공공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경우에도 분명 문제는 문제다. (더군다나 더 문제인 것은 채점한 학생이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_- 물론 채점 결과를 교수가 다시 꼼꼼히 살펴봤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대학원에 재학중일 때는 어느정도의 채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과정의 과제물들은 대부분 거의 판에 박은 답안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본다고 하더라도 별로 얻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채점한 시험지들은 교수들이 한 번씩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채점 결과가 수정된 것은 없었지만 교수들이 꼼꼼하게 살펴본 것은 분명했다.)
또한 나의 전공이 물리학 분야이기 때문에 한 번만 제대로 공부했다면 논리적인 답변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학부과정 문제들은 교수가 채점하던 대학원생이 채점하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대학원생에게 채점을 맡겨 가채점을 하게 하고, 점수를 계산하게 한 뒤에 교수 스스로 검토를 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이건 순전히 교수들의 노동력을 보전하고, 대학원생들의 실력함양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법대 교수의 채점 대행이 왜 문제가 될까?
우리가 법원의 재판과정과 판결 결과를 살펴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물리학처럼 논리적으로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자료나 법조문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논란거리가 항상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결과에 따라서 엄청나게 결과가 달라져 버린다. 수식에서 맨 뒷쪽에 1이 더해진 경우와 안 더해진 경우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보자. 수식은 물리학에서 대화하는 언어다. 물리학에서 단순히 숫자 '1'이 더해진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나타낸다면 언어로 모든 것을 따지는 법대에서는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학부생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을 나온 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아니라면 세세한 것까지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험문제가 너무 간단해서 누구나 다 아는 문제였을까?) 물론 채점을 학부생들에게 맡겼다고 하더라도 후에 스스로 다시 모두 읽어보고 확인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 교수는 법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ps.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요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채점' 문제를 살펴보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무척 위태롭게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교조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6번 주경복 후보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경복 후보는 교수의 자격을 유지한 채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지금은 방학중이지만, 비공식적인 선거운동과 준비는 학기중에 시작되었으므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갔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므로 학교에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가 지난 4월 9일에 있었던 총선에서도 문제로 지적되었던 바 있다. 그런데 직후 치뤄지는 선거에서 계속 자행되는 것이다. 사립대학교의 대학교 교수 자리는 공무원 자리는 아니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만큼 다른 공무원들이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비교해서 대학교수도 일단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경복 후보가 지난 학기에서 수강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줘서 논란이 되고 있다. 10명이 넘는 모든 학생에게 동점을 줬다고 한다. 모두 똑같은 답안을 작성했거나 너무나 훌륭한 답안을 작성해서 만점을 주지 않을 수 없었을까? 이 문제 때문에 건국대학교에서는 주경복 교수에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 어떻게 될까? 채점을 편법으로 하더라도 아무 말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법대 교수의 경우 문제가 붉어지고 있는데 주경복 후보에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솔직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건국대학교 출신이고, 건국대학교 출신 교육감이 나온다면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동문이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별로 환영할 수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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