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는 모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서 진보와 보수는 각자 자신의 패러다임을 주장할 뿐이다. 만약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이기주의일 뿐이다.


교육이란 한 사람에게 가치관과 지식에 기반한 패러다임을 부여하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한 사람’이란 각각의 개인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성’과 ‘특질’이 각기 달라서 어떠한 한 기준으로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도저히 그 참신함의 범위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각각의 학생의 사고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의 중심이 선생들의 사고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한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은 교육론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보수’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하나의 교육방법(제도, 지식, 실무 등등)을 적용할 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교육방법 자체가 보수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만약 진보와 보수의 입장에서 교육을 논하려면 어떤 제도를 적용하려 할 때 그 교육방법이 진보적이냐(바꾸려고 하냐?) 보수적이냐(안 바꾸려고 하냐?)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교육방법의 효용성이 있을 것인가와 언제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를 논하는 싸움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서 싸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학생)을 교육하려 할 때 진보적인 방법이 더 유용할 것이냐 보수적인 방법이 더 유용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은 해묵은 논쟁이면서 매우 중요한 논쟁이다. 그러나 영원히 논쟁의 결말이 나지 않을 그런 논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사회상과 개인(학생)의 ‘개성’과 ‘특질’에 따라서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대에 한 개인(학생)을 가르칠 때 사용할 방법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그 학생에게 적합한 방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모두 찾게 된다면 그 결과는 진보적이 될까 보수적이 될까? 누구나가 다 알다시피 각각의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은 진보와 보수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게 된다. 그 이유는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정상분포곡선에 따라서 학생들이 분포하기 때문일 것이고, 최대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 극단보다는 어느 정도 중간쯤이 더 좋은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보와 보수가 양 극단에서 싸우는 이유는 그 두 힘이 어느 정도 평형이 되어갈 때 그 위치가 최대다수의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크게 3파전이 이뤄질 예정이다.

첫 번째는 1번인 공정택 후보인데, 극우의 한나라당의 지원을 공공연히 받고 있다. (만약 그 대상이 한나라당이 아니었으면 분명 선거법위반으로 문제가 상당히 시끄러울 그런 상황이다.)

세 번째는 6번인 주경복 후보인데, 극좌인 전교조의 지원을 공공연히 받고 있다. 주경복 후보 측의 전교조와 다른 단체들은 주경복 후보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교조는 교사로서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면화할 경우 공무원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5번 이인규 후보인데 ‘반이명박, 반전교조’의 슬로건으로 극우와 극좌를 동시에 비판하고 대략 중간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이인규 후보의 공약도 잘 안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내가 그동안 경험한 교육에 의하면 이인규 후보의 공약들이 가장 나아 보인다.[각주:1]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는 극우와 극좌 성향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진보와 보수의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택 후보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뭔가 이상한 것을 알 수 있다. 메인에 내놓고 있는 공약들은 모두 훌륭한 공약들이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의 공약은 메인에 내놓고 있는 공약들과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메인에 내놓고 있는 공약은 추상적인 내용들이고, 세부적인 공약들이 구체적인 내용들인 것을 고려하면 결국은 공정택 후보의 공약들은 세부적인 공약들을 추진하기 위해서 메인에 내놓은 때깔 좋은 공약들로 포장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경복 후보의 공약들은 거의 대부분이 전교조의 공약과 일치한다. 전교조가 암암리에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주경복 후보의 공약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는데 도대체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적성단체, 이적단체로 찍히면서 고생하던 때는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거의 20년 전.....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전교조의 주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회가 변해가면 그에 맞게 주장도 변하기 마련이련만 전교조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그 덕분에 오늘날의 전교조는 초기의 전교조와 비교해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전교조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대다수의 회원들은 아직도 순수하게 좋은 교육을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경복, 공경택 후보와 대결하고 있는 이인규 후보의 공약은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공정택 후보의 단점인 이기주의, 주경복 교수의 변화가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에서 장점을 적절히 뽑아 섞어놓았기 때문이다.[각주:2] 이러한 혼합은 이인규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좀 더 확인할 수 있다. 아직 40대인 이인규 후보는 아직도 젊은 패기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여러 학교의 교감을 지내면서 몇몇 성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런 면은 건국대 교수를 지내면서 교수로서의 임을 기만한 채 오래전부터 정치교수의 길로 들어선 주경복 후보[각주:3]와 오랫동안 교총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를 거부하는 타성에 젖은 공정택 후보와 비교되는 장점이다. 물론 이런 것이 꼭 장점이 될 수 없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의 경우처럼 간혹 위험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기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각주:4] 하지만 미국에서 40대에 대통령에 당선된 딱 두 명밖에 없는 케네디 대통령과 클링턴 대통령의 대내외적인 평가가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위험성을 감수한 결과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각각의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면을 살펴봤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진보, 보수를 떠나서 이기주의를 우선 배제한 뒤에 지지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택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암기위주 교육의 피해자로서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ps. 정확한 공약에 대한 내용들은 나중에 구체적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내가 이 글에서 왜 세 후보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해 놨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 글과 앞으로 쓸 글을 읽는다고 모든 분들이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최소한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정도는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원래 내 교육관 자체가 이인규 후보의 것과 거의 유사했던 것 같다. 그런 건 내가 이전에 썼던 꽤 많은 (약 200개의) 글들을 읽어보면 금방 알게 될테니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1. 좀 더 엄밀히 생각해 보자면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를 극우와 극좌로 나눌 때 이인규 후보는 중도가 아닐 수 있다. 세상은 다원화되어 있고, 극우와 극좌라고 해도 끝과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후보를 기하학적으로 놓는다면 일직선이 아니라 직각에 가까운 둔각삼각형 정도 되지 않나 싶다. [본문으로]
  2. 혹자는 이인규 후보를 박쥐같다고 주장하는데, 박쥐는 카멜레온처럼 주장을 바꾸는 경우에 비유하는 것이지 한 주장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본문으로]
  3. 주경복 후보는 지난 학기에 수강생 전원에게 올A학점을 준 덕분에 내부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가 있는 후보다. [본문으로]
  4. 그럼 늙어 쪼그라든 상태에서도 귀 다 막고 강제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 이명박은 뭐냐? -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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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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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lphonse 2008/07/19 19:4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분위기상 공정택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밀고, 주경복후보는 민주당에서, 이인규 후보는 창조한국당에서 밀더라구요. ^^;

    • BlogIcon 작은인장 2008/07/25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식적으로 미는 것은 없죠.
      공정택 후보는 뉴라이트 쪽에서, 주경복 후보는 광우병대책회의에서 밀고 있고, 이인규 후보는 미는 곳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