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펴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나무 그늘 밑으로 차 넣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 이유는 나중에 내가 주워다가 심을 목적이었다. 누가 밟기라도 하면 심어도 살 수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선인장은 아무리 작아도 가시가 사람을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라면 찔려도 무탈하겠지만, 평소 아이들이 잘 노는 장소였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이 선인장은 그 후 일주일간 나무 밑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다. 11월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선인장이 얼어죽을 만큼 춥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인장을 뿌리째 냉동댕이쳐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놔둔 내가 비정해 보이긴 한다.)
11월이 끝나갈 어느 비 뿌리는 날 나는 드디어 선인장을 다시 생각해 내고는 주워다가 집에서 놀고 있던 화분에 심었다. 그 화분은 다른 선인장을 심기 위해 준비했던 화분이었다. 그 화분에 올라갔던 선인장은 새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_-;;;;
아무튼 난 주워온 선인장을 심고는 다른 선인장보다 물을 딱 한 번 더 주면서 겨울을 났다.1
시간이 흘러 3월 중순이 되었고, 나는 어두컴컴한 베란다(?)에서 선인장들을 꺼내 옥상으로 옮겨놨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3월 중순이면 아직 선인장을 밖에 내놓기에는 위험하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그랬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좀 위태위태하더니 올해는 3월 중순만 되도 큰 꽃셈추위 없이 잘 넘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문제가 될지는 몰라도 선인장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많이 준다.
이른 봄부터 햇볕을 담뿍담뿍 받아먹던 주워온 선인장은 화상입은 부위를 밑으로 밀어내면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주 긴 가시를 다시 뽑아올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넘~ ^^
일반적인 선인장들은 햇볕이 약해 충분히 못 뽑아올린 가시들은 햇볕이 강해지면 다시 뽑아올리게 마련인데, 이 선인장은 아픔이 심했는지 끝끝내 빈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거의 가시가 없었으니.....
화상의 흔적 속에 새로 뽑아올리는 가시들과 그 속에 어렴풋 보이는 꽃봉우리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녀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돈다. 선인장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은 꽃봉오리가 맺힐 때나 새로운 새끼2가 생길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해의 아픔의 상처는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장마철이 다 됐을 때엔 두 개의 꽃봉우리가 맺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나 세 송이가 피지 않을까 해서 조금 더 기대해 봤지만, 나머지 한 봉우리는 성장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간혹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두 송이는 기대 이상의 화려함, 기쁨을 보여줬다.
옛 말에 선비는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다.
이 선인장은 올해 피울 원대한 꽃송이들을 품고서 작년 추위에 얼마나 맘고생을 했을까?
환경이 조성됐을 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꼭 선인장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능력을 발휘할 환경이 되지 않으면 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많이 분산시키기 때문에 그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떨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능력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어제 신문을 보니 미국 과학고에서 동양인들의 진학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은 교육환경이 좋은 나라에 속한다. 학생들이 교육을 더 잘 맏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능력이 있는지는 한 번쯤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들이 우리나라에서처럼 사교육과 학원교육을 통해서 주입식 교육을 시켰던 것이라면??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훨씬 더 잘 발휘하게 될 것이다.
회사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에 불충분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서 매번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지 못하면 임금을 짜게 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되는 상황은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려는 우리나라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배웠던 말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고, 대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내용의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을 인적 자원으로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당 생산량을 중시하기보다는 시간당 생산량을 중시하는 것이 아닐까?
시간당 생산량을 중시하다보니 같은 작업을 할 때 근로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 혹사시킴으로서 수익을 더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 업종은 점점 근로하기가 힘든 세상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으로 프로그래머 같은 직업의 경우가 그렇다. 뻔히 알고 있겠지만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하청주는 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인력 숨바꼭질이 계속된다. 그 덕분에(?) 실력좋은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실력없는 프로그래머들만 남아 양산되는 체제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만약 프로그래머의 인생의 존업성을 생각한다면, 더 발전되어 있는 회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재 회사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프로그래밍하도록 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업체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 결과 프로그래머들은 젊음을 발산하기도 전에 자신의 꽃들을 모두 떨구고 있다.
옛 말에 선비는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죽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목숨을 바칠 정도로 부하직원의 뜻을 알아주는 상사가 얼마나 있을까?
하긴 대통령에도 부하직원의 희생을 밥먹듯이 했던 사람이 뽑히는 나라에서 무엇 더 바라겠는가?
ps.
- 보통 선인장이 월동하는 동안 물을 안 준다고 알고 있다. 나 또한 겨울에 물을 안 주면서 키워왔다. 하지만 선인장은 크기가 작을 수록 물을 자주 줘야 하고, 겨우에도 가끔 한 번씩은 더 줘야 한다. [본문으로]
- 선인장에 작은 선인장이 붙은 것을 보통 새끼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자구(子球)다. 그런데 개념상으로는 작은 선인장은 새끼나 자구가 아니라 '가지' 정도의 기관이다. 따라서 새끼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그러나 다만 이미 언어적으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새끼'라고 계속 부르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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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고 허락도 받지 않고 퍼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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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신지도 모르겠고....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귀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