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투표를 안 한 것이 나쁜 것인가?"란 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20대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정도인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질적인 투표율을 알게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간 꾸준히 달리는 저 글의 댓글들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심히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투표는 참석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고, 그래서 투표를 하지 않는 선택도 나무랄 수 없다는 나의 저 글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더 웃긴 것은 북한의 투표율 100%나 99.9%를 비현실적이라면서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히 현실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그 "적절한"은 얼마나 되는 것이며,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참고로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내려갔고,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이번 투표율은 총선에서는 처음이지만 지자체 투표에서는 가끔 나타나던 투표율이었다. 아니.. 지자체 투표에선 더 낮은 투표율도 종종 나타났었다.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 정신에 역행하는 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투표에 '절대'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해서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 비난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분명 이번 투표에 20대, 30대의 참여가 저조하여 분명 특정 정당이 이익을 봤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0대, 30대가 꼭 특정 정당이 아닌 다른 당을 찍었을까? 그건 아니다. 어느 당을 찍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비리, 성폭력, 전과가 있던 인물들, 탈당하여 당선된 뒤에 다시 복당하겠다고 소리치며 나온 인물들, 금송아지를 나눠준다고 떠들어대던 대선후보가 주축이 되어 만든 당의 후보들을 찍어준 기성세대를 오히려 비판해야 하고, 그런 인물들이 나와 20대를 절망감에 빠지게 만든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비판받아 마땅한 세대가 되는 것이다.

20대가 투표하지 않아 20대를 위한 정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20대(물론 그들이 지금은 거의 30대가 됐겠지만)의 경험의 결과(정치판은 썩은 놈들이 판치는 공간이다)를 고려한다면 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한 특정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번의 암흑기는 한동안 오래 유지될지도 모르겠다. 2년이 지나기 전에 땅을 치며 절망/절규하겠지만, 그들은 다음 대선에서도 역시 속을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바보 멍청이니까....

ps.
댓글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도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이 허황됨을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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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BlogIcon 학주니 at 2008/04/14 10:21

    저조한 투표율에 대해서는 분명 생각을 해봐야 할 듯 합니다.
    또한 투표는 권리지만 그 권리를 행사함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의무겠지요.
    20~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결국 기권이라는 표를 행사한 그 20~30대에게 되돌아오게 되겠구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의무가 되겠지요.
    솔직히 브라질의 경우 의무투표제가 시행되어 일반적으로 9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지만 의무투표제가 괜찮을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회의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투표를 기권한 20~30대들에게 잘했다라고 말할 수도 없겠네요.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8/04/15 16:18

      맞습니다.
      하지만 기권한 것을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인데, 그걸 계속 문제삼는 분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반성해야겠기에 이 글을 쓴 것입니다.

  2. Commented by sominus at 2008/04/14 12:59

    획일적 교육이 만들어낸 가치관은 꽤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빨갱이'입니다. 사실 3세 이전의 기억은 없다고보고, 실제 겪어본 것으로 평가를 하려면 60세는 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근현대 역사교육의 엉성함을 고려하면 '빨갱이'란 말이 4,50대에서도 그리 흔하게 쓰일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교육과 언론에 인터넷까지 가세해서 객관적 판단을 흐리는 일도 많죠.
    누가 어떤 생각을 하던,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각자의 몫이지만,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데도 자기 안경으로만 보려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8/04/15 16:19

      언론, 특히 TV는 자신들의 책임감을 직시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전 TV에서 (생중계가 아닌) 인터뷰 하자고 한다면 거절할 생각입니다.

  3. Commented by at 2008/04/14 18:05

    당장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본인들 일 인데도 불구하고 무관심한 반응에 화가 나기도 하던데요.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8/04/15 16:20

      왜 화가????
      화란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죠.
      민 님이 스스로의 입장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지요?

      답답하긴 하지만 화를 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