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 때 : 2008.02.09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 문제로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느끼고 있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 청년들을 수용할만큼의 충분한 공장을 짓지 못해서인가? 아마 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나는 청년들이 가난해서 청년실업이 심각해진다고 생각된다.
삼성전자 상무이사였던 이현정 님의 『대한민국 진화론』을 보면 우리 사회는 제조업에서의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변화 방향으로, 앞으로는 예전처럼 공장을 더 많이 짓는 방법으로 90년대 초중반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산업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청년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한 마디로 '혁신'이라는 것이다.
이현정 님은 책과 강의에서 생물학 용어 '돌연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돌연변이는 때로는 좋을수도, 때로는 나쁠수도, 때로는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돌연변이를 갖는 개체는 성장하여보기 전에는 돌연변이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 때로는 나쁜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돌연변이건 나쁜 돌연변이건 발생한 돌연변이를 그대로 놔두고 지켜봐야 그 중에서 좋은 돌연변이가 살아남아 미래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쁜 돌연변이는 자연도태 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생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연변이들이 많이 발생하면 확률적으로 더 좋은 돌연변이들이 더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돌연변이는 어떻게 발생하게 될까? 돌연변이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추가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당연하겠지만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기존 문화의 틀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야 하며, 그래서 대부분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젊은 20대들이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강의를 들으러 다녀보면 모든 강사들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말고, 죽은 뒤에 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들으셨다 한다. 옳은 이야기다. 있는 재산을 일부러 일찍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무일푼으로 여생을 보내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말고 풍족한 여생을 살다가 가는 것이 자녀들에게 부담주지 않는 방법중 하나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서구의 사회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사회를 처음 출발하는 초년생들에게 문을 상당히 넓게 열어두고 있다. 그 덕분에 서구의 초년생들은 직장이든 사업이든 자영업이든 매우 소중한 첫 경험을 쉽게 할 수 있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다. 서구의 초년생들도 첫 출발이 결코 쉽지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떠한가? 한국에서의 사회초년생들은 매우 작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 작은 문을 통과하면 어쨌든 첫 직장을 잡을 수 있다. 사업이나 자영업으로 첫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타고난 사람들 뿐이다. 여기서 '타고났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의미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를 잘 만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사회의 돌연변이를 많이 생산해내야 할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길은 취직하여 기존 사회체제에 적응하는 일이다. 취직관문을 뚫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은 무일푼이거나 아르바이트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추세다. 이렇게 어렵게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좋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당연하겠지만 취직관문을 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첫 경험조차 허용되지 않고, 결국 그들의 재능은 사장된다. 이러한 원인을 직업 직군의 선택에 매우 폐쇄적인 사회분위기가 더욱 강화시킨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통용되던 70~90년대의 이직을 막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은 실패자라는 인식을 갖고 배척하며,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젊은이들 또한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기 쉽상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첫 직장을 잘못 선택했을 경우 자신에게 맞는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이러한 모든 원인은 결국 우리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는 것을 막고 있다. 이러한 차단막은 우리 사회가 지식사회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 것 또한 막고 있다.
결국 젊은이들이 부와 가까워질 수 있는 대부분의 방법을 차단하는 우리 사회는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굴뚝산업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핀리핀 등의 경제성장으로 더이상 우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한다면 청년실업이 줄어드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공장을 만들거나 대운하를 판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앞날이 결코 순탄치많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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