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문제를 양심선언한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 소식이 전파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이 아니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블로고스피어의 힘이 강해져서 그렇게 된 것이냐 하면 절반은 그렇기도 하고, 절반은 아니기도 하다.

삼성 비자금 문제를 처음 접한 것은 분명 언론의 정식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하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극히 일부분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이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발언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블로거의 글을 살짝 살펴보자면 한겨레, 경향, 조선, 매일경제 신문이 전부라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들도 오마이뉴스를 빼면 거의 이 문제를 다룬 곳이 없었고, 어제 아침에 발간된 (내가 확인했던) 지하철의 무가지 신문들에도 또한 비자금 문제를 다룬 것이 전혀 없었다.

대신 삼성에 대한 이런 글을 볼 수는 있었다. 삼성전자 "5년뒤 매출 150조"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진 시점에서 이런 쓸모없는 기사로 지면을 소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마 언론들에게 비자금 문제 기사를 대신해 땜빵할 기사를 만들기 위해 급조한 보도문이기 때문에 별로 가치도 없는 것들을 떠들어댄 것이라고 보여진다. (차라리 땜빵할 기사거리를 원했다면 "이건희 삼성회장은 사실은 ☆☆였다." 같은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한 4년쯤 전이었다면 이런 땜빵기사가 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블로고스피어는 어떤 모습을 띄고 있었을까?
어제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몇몇 블로거의 글들이 막 뜨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블로고스피어도 잠잠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도 살펴보면 올블로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타사이트들이 고요하기만 하다. 블로그플러스(오픈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도 마찬가지로 너무나 조용하고,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하나의 뉴스만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실시간 인기글에 금산분리 정에 대한 글이 하나 올라와 있긴 하다.). 이글루스 메인에 가니 이오공감2.0에 두개의 삼성관련 글이 올라와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추천 109를 받고 있었다. 올블로그에는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에 '삼성' 태그가 올라가 있고, '어제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에 4개이고, 현재 실시간 인기글에도 하나가 올라가 있는 중이다.

물론 포털들의 메인화면/뉴스면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은 아고라의 첫 뉴스에 삼성 비자금 관련 뉴스가 있을 뿐이고, 네이버에서는 각 신문사 뉴스로 넘어가기 전에는 찾을 수가 없다.

블로거들이라면, 네티즌들이라면 정식 언론에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본 뒤에 다른 블로거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거나 메타를 통해 살펴보려고 했을 것이다. 최소한 추천을 많이 받지는 못하더라도 어제 하루동안 삼성에 대한 글에 클릭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을테고, 그 연장선상에서 살펴본다면 삼성관련 글이 이 글을 작성하는 이 시점에까지 노출이 안된다는 것은 운영자의 조작으로 삼성 관련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는 것이다. 평소부터 "우리는 삼성 관련 글을 씯지 않겠다."라고 공표하여 왔다면 이해할 수 있어도 아무런 이야기 없이 운영자가 조작한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다시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 언론은 진정한 언론인가? 정말 있어야 할 기사들이 적재적소에 전달되는 형태인가? 이런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언론 등록증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은 언론이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는 네이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사를 작성하지만 않을 뿐이지, 기사의 노출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엄연히 (네이버가 언론이 아니라면) 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가? 마찬가지다. 매일 그런 것을 욕하지만 (욕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서비스를 매일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결정을 따라 적당히 잘들 살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따져본다면 블로고스피어의 힘이 강해져서 블로고스피어를 통해서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접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비겁해서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이제 예전처럼 녹녹치 않은 블로고스피어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블로고스피어의 힘이 강해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반반의 답이 있을 수밖에 없다.[각주:1]

사람들은 삼성을 욕하지만, 막상 삼성 앞에 서면 너무도 나약하고 작아진다. 삼성 욕을 하는 것보다는 작은 사음품을 하나 준다고 해도 그저 좋아서 그동안의 삼성의 일들을 모두 잊고 입이 헤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꼭대기의 갖은 자들은 삼성의 힘이 무서워서 눌려있고, 맨 하단의 사람들은 삼성의 떡고물에 좋아하면서 삼성에 몰려든다. 이래저래 삼성에 미쳐버린 대한민국이다.

ps.



ps2.

  1. 블로고스피어의 힘이 강해지려면 올블로그블로그코리아같은 기존 매체를 통하지 않은 블로거들의 집합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 [본문으로]
포털에 펌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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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at 2007/11/01 17:15  삭제

    Subject: 침묵하는 언론 [깜이 안 돼서?]

    역시 '깜'이 안 되는 것이었을까? 주요 일간지들은 삼성 소식을 외면하고 있다. 기자적인 본능을 발휘한다면 꽤나 먹힐만한 사안인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주요 일간지 '삼성 비자금' 기사비중 분석 [미디어오늘] 부제가 확 눈에 들어온다. "한겨레만 12건… 조중동 1건, 경제지는 침묵" 침묵의 카르텔은 진행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측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번 '한방'으로는 거대.....

  2. Tracked from 5월의 작은 선인장 at 2007/11/01 20:16  삭제

    Subject: [작은인장 칼럼] 언론의 자율권 보장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작은인장·오우옥(피요테) 누군가 ‘언론(言論)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구호를 외치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번듯한 언론관련 학과의 수석 입학생이나 수석 졸업생이 법과대학으로 이적(移籍)하면 여러 사람들이 “이럴 수가…”라며 크게 이야기한다. 한자(韓子)조차 모르는 언론계열 학과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탄식도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신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언론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언론 사랑’은 어느새 한국인의 두뇌.....

  3. Tracked from 나우리 / I Love Contents & 세상읽기 at 2007/11/03 17:27  삭제

    Subject: 이명박, 이회창,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검찰.......

    이회창의 “스페어”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출마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이명박 후보의 실정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이명박 후보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기소된다면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의해 당원권이 정지되고 후보 자격은 상실된다. 전직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전 총재는 이명박 후보 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낙마에 대비한 “스페어”론을 펴며 다음 주.....

  4. Tracked from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at 2007/11/05 11:28  삭제

    Subject: 삼성 비자금, 경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또 넘어갈 것인가?

    [새사연 이슈해설] 삼성 비자금, 경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또 넘어갈 것인가? 2007-11-05 지난 10월 31일자 모 경제신문의 사설은 참으로 용감(!)하다. 전직 고위임원의 자수로 삼성 왕국의 검은 돈의 실체가 ......

  5. Tracked from Vision & Logic at 2007/11/17 18:50  삭제

    Subject: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아닙니다

    삼성의 비자금 의혹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예상한 대로, 언론은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떡검 명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삼성 구하기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지요.많은 사람이 삼성의 죄는 미워도 삼성은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니 덮고 넘어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삼성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삼성을 도와주는 것일까요?우리나라 사람은 개인과 집단을 잘 구분하지 못합......

  1. Commented by BlogIcon 학주니 at 2007/11/01 09:42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 된건 꽤 오래전부터가 아니었는지요.
    엄청난 거대기업으로서 사회지배적인 기업으로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업이 되어버린 지금.. -.-;
    자본주의의 성격상 삼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언론기간도 못할 듯 합니다.
    돈줄이 끊어지는걸요. -.-;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11/01 10:47

      아마 소련이 붕괴된 뒤에 미국이 급격히 세계 패권을 장악했듯이 현대가 무너지면서 급격히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이 된 것 같습니다. -_-

  2. Commented by BlogIcon 이정원 at 2007/11/01 10:10

    으음..
    제주위에 이 화제를 꺼내는 사람도 전혀 없고(제 또래의...)
    어떤 모군의 아버지 께서는 오히려 비자금 밝힌것 가지고 화내시던데 -_-
    (이해불능;)
    갈수록 나라 전체가 삼성에 미친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

  3. Commented by sooni at 2007/11/01 17:22

    우리나라에 진정한 기자가 있었나?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하여 권력을 휘두리는 기자의 탈을 쓴 자들만이 가득하다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11/01 20:14

      갑자기 제가 옛날에 썼던 글이 생각이 나는군요. 링크를 걸거나 트랙백으로 엮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4. Commented by BlogIcon 새사연 at 2007/11/05 11:29

    블로고스피어의 힘이 강해지려면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같은 기존 매체를 통하지 않은 블로거들의 집합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 - 는 마지막 말에 참 공감합니다. 그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