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당신의 자녀들을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달 100만원~1000만원씩 하는 사교육을 해줄 수 있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든든한 투자(후원)를 해 줄 수 있다면 이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다음에서 초등학교 4학년과 관련된 수학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내용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친구가 학교 홈페이지에 문제를 올려놨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슬 45개를 한 줄로 늘어놓았다.
구슬의 가격은 가운데 있는 것이 가장 싸고
가운데에서 한쪽 끝으로 갈수록 20원씩 비싸지고
가운데에서 다른 한쪽 끝으로 갈수록 15원이 비싸진다고 한다.
구슬 전체의 가격이 10205원일 때 가운데 있는 구슬의 가격을 구하여라.
초등학교 4학년 문제로는 무척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맞습니다.
또 글을 작성하신 다음의 송이동이 님의 아들이 1분만에 쉽게 해결했다고 하시는 것을 봐서는 송이동이 님의 아들과 그 친구가 경시학원(*수학 학원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데....)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위의 문제는 성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규칙적인 수에 대한 학습을 한 뒤에야 저 문제보다 좀 쉬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죠. 5학년 학생도 1분만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난 어른들도 1분만에 풀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나요?)

위 학생의 문제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예.... 너무 수준높은 문제를 아주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둘 중 한 가지입니다. 학생이 정말 천재이거나 누군가 가르쳐준 문제를 달달 외웠다는 것이죠. 등차수열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는 전설로 유명한 유럽의 대수학자 가우스(Gauss)가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죠. 우리가 상대성이론으로 잘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경우도 5학년 쯤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1 파인만의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 하는 편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밥벌이를 하러 다녀야 했기 때문에 정말 엄청난 수학실력을 보인 건 중학교 끝날 무렵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력이론을 발견한 뉴턴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영재성이 발휘된 경우라고 합니다만, 어려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할 위기에 처했다가 주위의 누군가가(잘 생각나지 않음) 학비를 대줘서 대학에 갔다고 하죠. (당시 교육제도는 지금과는 다릅니다. 뉴턴이 대학에 간 나이 자체가 아주 어렸을 때이고, 당시 학문 수준이 낮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차이가 좀 나겠죠.)
세기적인 천재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정도이니 송이동이 님의 아들은 세계적인 천재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송유근 같은 영재들을 생각해볼만 하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단순히 학원을 다녀서 다져진 실력은 사실 학년이 조금 올라가면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고 다닙니다만,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구구단을 안 배우고 안 쓰기 때문에 99% 잊게 된다는 것이죠. 이때 남는 것은 구구단이 아니라 수학은 재미없고 외워야 한다는 나쁜 인상이죠. 이 인상이 쌓이고 쌓여서 중고등학교에서 나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지난 9월 20일 문국현 후보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던 날 행사를 끝내고 다른 여러 블로거분들과 함께 뒷풀이(?)를 하는 도중에 한글로 님과 제가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지요. (한글로 님은 서울과학고를 나오신 수재이시고, 전 일반고를 나온 평범한 진학과정을 거친 사람입니다. 나이는 한글로 님께서 한두 살 정도 더 많으실 겁니다.)
한글로님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결국 나중에도 잘 되더라는 경험담을 말씀하셨고, 저는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너무 하면 중고등학교때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2 한참 말을 나누다보니 기본조건이 틀린 말이란 걸 깨닫게 됐죠. 전 일반적인 대다수의 가정의 아이들을, 한글로님은 소위 강남의 잘 나간다는 부유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한글로님께서는 강남의 부유층 친구들만 봐왔기 때문에 기본 가정을 그렇게 하신 거죠.)

부모가 능력이 좋다면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으로 가르쳐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서민에게는????
월 10~20만원짜리 사교육을 시키는 것과 100~200만원짜리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가르치는 능력의 차이도 있죠. 10~20만원짜리 사교육(학원 강사, 과외 교사)을 저도 해봤지만, 아이들 가르치면서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예... 그렇게 하다가 잘린 적도 ..... -_-) 하지만 100~200만원짜리 사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르칩니다. 부모들이 알아서 내다보고 필요한 것에 집중투자를 하죠.
서민들의 사교육은 어떤가요? 예..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행따라 합니다. ㅎ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작년의 베스트셀러에 보면 '마시멜로 실험'이란 것이 나옵니다.
1970년대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탠퍼드 대학 월터 미셜박사가 한 실험은 유아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일정 시간(15분)이 지나도록 먹지 않으면 2개의 마시멜로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약속된 시간동안 참지 못하고 한 개의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들과 참아 2개의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마시멜로 실험(만족 지연능력 실험)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14년 뒤에 이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 결과와 함께 분석하여 발표되었는데 만족을 지연한 아이들이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에 성공적이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 아니 위의 글을 쓰신 송이동이 님의 아이들같이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는 서민의 아이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학원을 다닌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마시멜로 받아먹듯이 너무 빨리 받아들여서 문제가 된 것일까요? 하지만 아닙니다.
그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문제의 대상은 그 부모들에게 있는 것이죠. 부모들이 당장 아이들의 뛰어난 성적이라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받아먹기 위해서 만족 지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부모들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당장 성적이 좋지 않으면 투정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 자체가 엄청난 학습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렇질 못하죠. 수능 못 봤다고 자살하는 학생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겠습니까?

어렸을 때의 아이들은 문제 하나보다 방향 설정이 중요합니다. 방향만 잘 설정하면 크게 가르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강남 부유층들이 서민들보다 잘 하는 것이 그 부분입니다.
한글로 님의 말씀처럼 강남 부유층들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 합니다. 사교육도 많이 받죠. 하지만 방향을 잘 잡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행해지는 사교육과 당장 문제풀이 기술 몇 가지를 가르치는 사교육은 당장은 결과가 비슷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다보면 간혹 천재같은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생각보다 그 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학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깝죠. 문제풀이 기술을 가르치지 않으면 서민 학부모들은 그냥 아이들을 빼갑니다. "개념을 가르치고, 이해할 시간을 줄 수 없다"는 것이죠.



예전에 ohmynews에서 올라왔던 글에 대한 반론으로 "초등학생이 천조까지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천조까지 가르쳐서 뭐하냐는 글에 대한 반론으로 천조까지는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천조까지 읽는 문제를 내서 수학 답안지에 수많은 글자를 쓰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글자들을 쓰게 하는 것은 위의 예로 든 마시멜로를 아이들에게 먹여주는 것입니다. 숫자에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서 '3의 개수가 몇 개인가?' 하는 식의 문제를 내는 것도 마시멜로입니다. 하지만 글자로 쓰고, 숫자의 개수를 세기 이전에 숫자란 것이 무엇이고, '만', '억', '조'라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념을 깨달으면 어느정도 문제풀이를 하면 되는 것이죠.

초등학교 교과서는 시험성적보다는 단단한 기초 개념을 닦을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시멜로를 탐하는 학부모와 사교육자들이 교재를 만들어서 너무 많은 문제들로 아이들을 혹사시고 있고, 어떤 학습지 광고처럼 "수학이 몸에 밸 때까지" 죽어라 문제풀이를 시키게 되는 것이죠. 몸에 밸 때까지 시켜야 하는 것은 수학같은 일반 공부가 아니라 예체능이나 어학들인 것이죠. 일반 과목이 몸에 배면 큰일나는 것입니다. (몸에 배게 만든다는 것은 공부 내용이 계속 바뀌는데 초등학교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것이죠.)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은 실질적인 감각이지 수학풀이들이 아닙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들을 풀었다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하등 없는 것입니다.
기초적 해석학적 방법들을 왜 중학교 1~2학년에, 기초적 기하학적 방법들을 왜 중2~3학년에 집중적으로 배우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요?

  1. 아인슈타인이 늦은 나이까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는 건 알고 계시죠? 제가 봤을 때는 아인슈타인의 늦은 언어발달이 수학실력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문국현 후보의 블로거 간담회 답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눈 대화입니다. [본문으로]
포털에 펌할 수 없음!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s address :: http://may.minicactus.com/trackback/104061

  1. Tracked from melotopia at 2007/09/23 20:09  삭제

    Subject: 산수를 풀자

    작은인장님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구슬 45개를 한 줄로 늘어놓았다. 구슬의 가격은 가운데 있는 것이 가장 싸고 가운데에서 한쪽 끝으로 갈수록 20원씩 비싸지고 가운데에서 다른 한쪽 끝으로 갈수록 15원이 비싸진다고 한다. 구슬 전체의 가격이 10205원일 때 가운데 있는 구슬의 가격을 구하여라. 자. 풀어보자. 풀이1 가운데 있는 구슬의 가격을 x라고 하면, 한쪽 끝으로는 x+20n으로 비싸지고 다른쪽으로는 x+15n으로 비싸진다. $x+\sum^{.....

  1. Commented by BlogIcon 심지 at 2007/09/23 13:31

    저 문제 ㅎㅎ 저 못풀겠어요.
    심지의 수준이 드러나는군요 -_-;
    저도 이것저것 비싼과외, 10~20만원 학원 등등 별거 다 해봤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다 소용이 없는것 같아요 ㅎ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09/23 20:47

      자신이 열심히 하면 학습 방법과 성취에서 과외나 학원이 그리 필요가 없죠.

      하지만 혼자서 전과목 만점을 기대하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학업 성취가 엄청 좋더라도 만점 받는 건 학습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만점을 기대하는 교육제도가 그래서 잘못된 것입니다.

      저런 문제 못 풀었다고 신경쓰지 마세요. ㅎㅎㅎㅎ
      수학은 문제풀이보다는 개념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걸 항상 명심하세요. (고2라면 좀 늦었으려나....ㅜㅜ)

  2. Commented by BlogIcon 빨빤 at 2007/09/23 14:28

    저도 못풀겠습니다-_-;

  3. Commented by BlogIcon 언더독 at 2007/09/23 20:01

    많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4. Commented by BlogIcon snowall at 2007/09/23 20:10

    습관적으로 풀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_-;;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09/23 20:48

      하하... 머리속으로 서너가지 풀이방법을 상상했었는데 (계산은 해보지 않았음...) 그 중 세가지를 이용해서 풀어주셨네요.
      도형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풀어줘 보세요. ^^
      완전한 풀이방법이 모두 설명될듯 하네요. ㅎㅎㅎ

  5. Commented by BlogIcon 해피씨커 at 2007/09/23 21:42

    한글로님과의 이야기 부분을 보니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이야기한다는 잊고있던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군요.
    (전 한번 비슷한 경험을 크게 해서,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부모들이 마시멜로를 참지않고 낼름 먹으려한다는 표현
    정말 멋있습니다. ^^

  6. Commented by BlogIcon daybreaker at 2007/09/24 03:53

    저도 나름 과학고를 나온 케이스입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사교육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딱 6개월 동안 내신 공부 목적으로 동네 학원 다니고, 딱 3개월 동안 과학고 대비를 했지요. 과학고 입학 확정되고 나서 선행학습이 너무 안 되어 있는 편이라는 소릴 듣고 1달 정도 소위 말하는 고액 과외를 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니 별로 도움은 안 되었었죠.; 그 외에는 통틀어 구몬 학습지-_- 좀 했던 거 말고는 이렇다 할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 3개월, 서예학원 1개월, 영어학원 2개월에 피아노 개인레슨 6년 정도군요. 제가 학원을 오래 다닌 것이 없는 이유는 제 자신과 부모님이 학원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오랫동안 했던 피아노는 제가 스스로 좋아했던 것이고, 레슨 그만둔 뒤로 6년 넘게 혼자서라도 진도를 조금씩 나가며 연주하고 있지요.)

    대학교 와서 고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부터 경시학원 다니던 아이들이 저한테 얘기하더군요. 과학고 때 경시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내신에 집중하며 다양한 연구 활동을 했던 제가 부럽다고, 경시 공부 아무리 해봤자 대학 와서 1년 지나니까 아무 소용 없더라구요. 이런 방향으로 끌어주신 부모님에 대해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은 다른 건 거의 요구하지 않으셨고 제 자신을 믿으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 말고는 따로 공부한 것이 거의 없었지만, 대학 와서 전혀 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세세한 문제를 푸는 테크닉은 경시를 했던 아이들이 아무래도 뛰어나긴 합니다만, 수학과 물리학, 전산학을 공부하면서 점점 깊게 들어갈수록 철학적인 바탕과 기본 개념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오더군요. 그런 것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단 얘기는 아직 못 들어봤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교육을 엄청나게 받거나 혹은 수학이나 과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학문적 바탕이 형성되는 것은 누적된 공부·인생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이후라고 봅니다.

    오히려 지나친 선행학습이 사고의 경직을 가져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따라온 저로서도 사고의 경직으로 인해 창의적인 생각이 아쉬울 때가 있을 정도인데 선행학습을 엄청나게 받는 사람들은 어떠할런지 모르겠군요.

    ps. 원글을 따라가보니 교과 과정을 잘 살펴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overlap되면서 연계되는 내용들이 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저는 그러한 사실을 대학교 와서 깨달았는데, 중고등학생 때 깨달았더라면 훨씬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2. 서울과학고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다녔던 시절의 경기과학고를 생각해보면 똑같은 학원에서 똑같이 배워도 자신이 정말 공부를 재미있어하고 뜻이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가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냅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당장 어떻게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대학교 와서 뒤처지더군요. (물론 전 경시를 전혀 안 했고 학교에서 시켜서 나갔던 경시대회는 모조리 낙방했습니다만 오히려 그때 물리경시 상 탔던 아이들 중 대부분보다 물리를 더 좋아합니다. 물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 사고과정이 재밌기 때문에요.) 하지만 아직은 제 나이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인생이 더 좋을 것이다라는 얘기까지는 할 수가 없네요. 잘 되는 케이스라는 것도 워낙 기준이 다양하기도 하구요. (부모의 기준, 본인의 기준, 돈을 잘 버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등등)

    ps3. 언제나 그렇듯 예외가 있습니다. 그런 사교육을 받으면서 정말 본인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특히 저는 그런 경우를 꽤 봤지요. 하지만 보통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09/27 11:28

      아주아주 긴 댓글 감사드립니다.
      세밀한 답변은 데이브레이커님의 블로그에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고.....

      이 곳에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고3때 경시대회 나가본 바로는 과학고등학교 아이들이 그리 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데이브레이커님의 경기과학고와 행정구역이 같다보니 데이브레이커님의 선배들과 경쟁했습니다만.... 솔직히 과학고 학생들의 실력에 많이 실망했습니다.

      저도 사교육 거의 없이 (보습 1개월 다닌 것이 전부~) 공부한 편이고, 혼자 공부한 것이 대학교 3학년 정도 수준의 과학실력(수학 제외)을 쌓은 편이라서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라고 말씀드려 놓습니다.

      늦게 댓글 달아드려서 죄송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 Commented by BlogIcon daybreaker at 2007/10/15 16:24

      늦게 다시 찾아와서 댓글 달게 되었네요.
      사실 저도 과학고 때 경시 나가긴 했지만, 제가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고 학교에서 강제로-_- 한 명당 반드시 한 분야의 경시를 하도록 시켰기 때문에 나간 거였습니다. 교장들이 경시 실적에 눈이 어두워서 실제 학생들 중에 정말로 경시에서 상을 타올 만큼 잘하는 아이들은 소수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을 다 대회에 출전시키지요. 그러니 바깥에서 보기엔 과학고 아이들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아마 제가 당시 푼 경시 시험지들 보고 '뭐 이딴 놈이 과학고 있어'라고 생각할 사람이 99%일겁니다 -_- 전 경시보다는 내신과 다양한 연구 형태의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에 경시 공부를 거의 안 했거든요.)

      사실 대학와서 좀더 넓은 경험을 하고보니 대개의 경우 경시를 잘 한다는 게 과학을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둘이 이어지는 소수의 정말 특출난 학생들도 있습니다.)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10/16 07:55

      저도 경시 준비 전혀 없이 대회에 출전한 경우죠. ^^;
      댓글 감사합니다. ^^ㅎ

  7. Commented by BlogIcon 학주니 at 2007/09/26 11:53

    분명 사교육을 받아서 잘되는 케이스도 존재는 할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네들 자녀들, 아이들, 학생들은 그러한 특혜를 받지못한다는 점이 걸립니다.
    교육은 어느 특정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어느 수준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에 동의합니다.
    분명 일부 엘리트 집단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특별한 교육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전체를 억눌러서는 안된다고 보여집니다.
    경쟁을 통한 교육수준향상은 동의하지만 그 시작은 분명 같아야 한다고 보여집니다.

  8. Commented by BlogIcon 불멸의 사학도 at 2007/09/27 00:44

    제가 동생한테 국사과목에 나오는 것들을 외우려 하지 말고,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라고 했더니, 동생이 저보고 뭐하러 그러냐고 되물었습니다. 그저 암기과목은 달달 외우는게 최고라더군요...

    하지만 역사과목은 암기과목이 아닙니다. (사실 못 가르쳐서 그렇지, 암기과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외우기만 한다고 수학을 잘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달달 외운다고 중국 사신앞에 조아리면서도 조선의 자주를 지켰던 임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고, 중국의 공산화가 한국의 독립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중국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겠죠... (덕분에 조선왕조는 찌질이 왕조, 좌파 독립운동가는 빨갱이가 되어버렸죠...)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09/27 11:31

      맞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사를 지독히도(?) 못했던 이유가 암기과목으로 암기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문제점을 극복한 재수시절 이후 국사를 그리 어려워 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됐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들(수학, 과학, 국어 등)에 비해서 암기해야 할 분량이 많으므로 암기과목은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9. Commented by BlogIcon niheal at 2007/10/01 13:37

    우리 아이들요. 공식을 모르는데 어떻게 풀어요? 라고 말할 겁니다. 생각할 생각을 안 한다고 할까요. 별로 도전정신이 없이 보이더군요. 제 중학교 때는 친구와 수학올림피아드 문제집을 사서 (그 수준까지는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 하나 가지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애들은 고등수학을 선수학습하더군요.

    어쨌든 확실한 것은 x세대인 제 세대보다 요즘 아이들이 더 불행하다는 점입니다.
    그 불행에 우선적으로 가장 큰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이구요.

    • Commented by BlogIcon 작은인장 at 2007/10/01 13:50

      작년에 중3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치는데, 사소한 것까지 모두 공식을 적용해서 풀더군요. 그래서 어디서 배웠냐고 했더니 학교에서 선생이 그렇게 가르쳐 주더래요... -_- (실력없는 선생 같으니라고..!!)

      그래서 "기본 공식 몇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잊어라. 기본공식 몇 개를 어떻게 조합해서 문제에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마다 공식을 만들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너무 많은 공식을 외우고 있어야 할거다." 라고 말해줬죠.

      처음에는 (당연히) 너무 어려워하더니 한 달정도 지나니까 저보다 더 잘 하더군요. (저도 나이가 있는지라 아이들 순발력을 딸아갈 수는 없죠. ㅎㅎ)

      아이들도 불행하겠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 쓸모없는 짓을 하면서 그것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더 불행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저희 누나들도 그런 누나들이 많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