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당신의 자녀들을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달 100만원~1000만원씩 하는 사교육을 해줄 수 있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든든한 투자(후원)를 해 줄 수 있다면 이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다음에서 초등학교 4학년과 관련된 수학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내용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친구가 학교 홈페이지에 문제를 올려놨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슬 45개를 한 줄로 늘어놓았다.
구슬의 가격은 가운데 있는 것이 가장 싸고
가운데에서 한쪽 끝으로 갈수록 20원씩 비싸지고
가운데에서 다른 한쪽 끝으로 갈수록 15원이 비싸진다고 한다.
구슬 전체의 가격이 10205원일 때 가운데 있는 구슬의 가격을 구하여라.
초등학교 4학년 문제로는 무척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맞습니다.
또 글을 작성하신 다음의 송이동이 님의 아들이 1분만에 쉽게 해결했다고 하시는 것을 봐서는 송이동이 님의 아들과 그 친구가 경시학원(*수학 학원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데....)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위의 문제는 성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규칙적인 수에 대한 학습을 한 뒤에야 저 문제보다 좀 쉬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죠. 5학년 학생도 1분만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난 어른들도 1분만에 풀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나요?)

위 학생의 문제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예.... 너무 수준높은 문제를 아주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둘 중 한 가지입니다. 학생이 정말 천재이거나 누군가 가르쳐준 문제를 달달 외웠다는 것이죠. 등차수열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는 전설로 유명한 유럽의 대수학자 가우스(Gauss)가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죠. 우리가 상대성이론으로 잘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경우도 5학년 쯤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각주:1] 파인만의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 하는 편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밥벌이를 하러 다녀야 했기 때문에 정말 엄청난 수학실력을 보인 건 중학교 끝날 무렵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력이론을 발견한 뉴턴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영재성이 발휘된 경우라고 합니다만, 어려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할 위기에 처했다가 주위의 누군가가(잘 생각나지 않음) 학비를 대줘서 대학에 갔다고 하죠. (당시 교육제도는 지금과는 다릅니다. 뉴턴이 대학에 간 나이 자체가 아주 어렸을 때이고, 당시 학문 수준이 낮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차이가 좀 나겠죠.)
세기적인 천재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정도이니 송이동이 님의 아들은 세계적인 천재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송유근 같은 영재들을 생각해볼만 하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단순히 학원을 다녀서 다져진 실력은 사실 학년이 조금 올라가면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고 다닙니다만,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구구단을 안 배우고 안 쓰기 때문에 99% 잊게 된다는 것이죠. 이때 남는 것은 구구단이 아니라 수학은 재미없고 외워야 한다는 나쁜 인상이죠. 이 인상이 쌓이고 쌓여서 중고등학교에서 나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지난 9월 20일 문국현 후보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던 날 행사를 끝내고 다른 여러 블로거분들과 함께 뒷풀이(?)를 하는 도중에 한글로 님과 제가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지요. (한글로 님은 서울과학고를 나오신 수재이시고, 전 일반고를 나온 평범한 진학과정을 거친 사람입니다. 나이는 한글로 님께서 한두 살 정도 더 많으실 겁니다.)
한글로님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결국 나중에도 잘 되더라는 경험담을 말씀하셨고, 저는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너무 하면 중고등학교때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각주:2] 한참 말을 나누다보니 기본조건이 틀린 말이란 걸 깨닫게 됐죠. 전 일반적인 대다수의 가정의 아이들을, 한글로님은 소위 강남의 잘 나간다는 부유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한글로님께서는 강남의 부유층 친구들만 봐왔기 때문에 기본 가정을 그렇게 하신 거죠.)

부모가 능력이 좋다면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으로 가르쳐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서민에게는????
월 10~20만원짜리 사교육을 시키는 것과 100~200만원짜리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가르치는 능력의 차이도 있죠. 10~20만원짜리 사교육(학원 강사, 과외 교사)을 저도 해봤지만, 아이들 가르치면서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예... 그렇게 하다가 잘린 적도 ..... -_-) 하지만 100~200만원짜리 사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르칩니다. 부모들이 알아서 내다보고 필요한 것에 집중투자를 하죠.
서민들의 사교육은 어떤가요? 예..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행따라 합니다. ㅎ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작년의 베스트셀러에 보면 '마시멜로 실험'이란 것이 나옵니다.
1970년대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탠퍼드 대학 월터 미셜박사가 한 실험은 유아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일정 시간(15분)이 지나도록 먹지 않으면 2개의 마시멜로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약속된 시간동안 참지 못하고 한 개의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들과 참아 2개의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마시멜로 실험(만족 지연능력 실험)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14년 뒤에 이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 결과와 함께 분석하여 발표되었는데 만족을 지연한 아이들이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에 성공적이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 아니 위의 글을 쓰신 송이동이 님의 아이들같이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는 서민의 아이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학원을 다닌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마시멜로 받아먹듯이 너무 빨리 받아들여서 문제가 된 것일까요? 하지만 아닙니다.
그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문제의 대상은 그 부모들에게 있는 것이죠. 부모들이 당장 아이들의 뛰어난 성적이라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받아먹기 위해서 만족 지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부모들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당장 성적이 좋지 않으면 투정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 자체가 엄청난 학습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렇질 못하죠. 수능 못 봤다고 자살하는 학생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겠습니까?

어렸을 때의 아이들은 문제 하나보다 방향 설정이 중요합니다. 방향만 잘 설정하면 크게 가르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강남 부유층들이 서민들보다 잘 하는 것이 그 부분입니다.
한글로 님의 말씀처럼 강남 부유층들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 합니다. 사교육도 많이 받죠. 하지만 방향을 잘 잡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행해지는 사교육과 당장 문제풀이 기술 몇 가지를 가르치는 사교육은 당장은 결과가 비슷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다보면 간혹 천재같은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생각보다 그 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학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깝죠. 문제풀이 기술을 가르치지 않으면 서민 학부모들은 그냥 아이들을 빼갑니다. "개념을 가르치고, 이해할 시간을 줄 수 없다"는 것이죠.



예전에 ohmynews에서 올라왔던 글에 대한 반론으로 "초등학생이 천조까지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천조까지 가르쳐서 뭐하냐는 글에 대한 반론으로 천조까지는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천조까지 읽는 문제를 내서 수학 답안지에 수많은 글자를 쓰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글자들을 쓰게 하는 것은 위의 예로 든 마시멜로를 아이들에게 먹여주는 것입니다. 숫자에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서 '3의 개수가 몇 개인가?' 하는 식의 문제를 내는 것도 마시멜로입니다. 하지만 글자로 쓰고, 숫자의 개수를 세기 이전에 숫자란 것이 무엇이고, '만', '억', '조'라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념을 깨달으면 어느정도 문제풀이를 하면 되는 것이죠.

초등학교 교과서는 시험성적보다는 단단한 기초 개념을 닦을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시멜로를 탐하는 학부모와 사교육자들이 교재를 만들어서 너무 많은 문제들로 아이들을 혹사시고 있고, 어떤 학습지 광고처럼 "수학이 몸에 밸 때까지" 죽어라 문제풀이를 시키게 되는 것이죠. 몸에 밸 때까지 시켜야 하는 것은 수학같은 일반 공부가 아니라 예체능이나 어학들인 것이죠. 일반 과목이 몸에 배면 큰일나는 것입니다. (몸에 배게 만든다는 것은 공부 내용이 계속 바뀌는데 초등학교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것이죠.)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은 실질적인 감각이지 수학풀이들이 아닙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들을 풀었다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하등 없는 것입니다.
기초적 해석학적 방법들을 왜 중학교 1~2학년에, 기초적 기하학적 방법들을 왜 중2~3학년에 집중적으로 배우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요?

  1. 아인슈타인이 늦은 나이까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는 건 알고 계시죠? 제가 봤을 때는 아인슈타인의 늦은 언어발달이 수학실력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문국현 후보의 블로거 간담회 답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눈 대화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