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 "근무시간에 뭐하기에…"라는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좀 뒤늦게 MoveOn21의 커서 님 글을 통해서 이 기사를 접하고 이 기사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IT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입에 항상 달고 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뤄져 있으며, 하루는 회사에서 18시간 근무하며 집에서 6시간정도 쉰다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해서 일주일 근무시간이 126시간 정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이정도인 경우는 거의 없고, 아마 100시간쯤 되지 않을까? 이러한 근무시간은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단순노동직의 경우는 물론이고 대기업의 연구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엘리트들이 취업해 근무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3D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이제 10년에 가까워져 오고 있을 정도이고,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기피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로그포럼에 자주 나오시는 후글 님도 블로그포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취업하고자 할 경우에 가장 쉽게 허가가 되는 분야가 프로그래머다. 그래서 중국사람들은 한국의 프로그래머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꼭 후글 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최고인데 그럼 생산량도 그에 비례해서 많을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시간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8시간 근무한다면 당연히 8시간에 합당한 노동이 되겠지만, 그에 해당하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결국 이러한 영향이 다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판에 박힌 생활밖에 할 수 없어 무엇인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은 많은 시간동안 노동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얼마나 되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웹과 프로그램에서 앞서나간다고 평가되는 서비스들은 인터넷 1세대들이, 노동단가가 높았던 시절의 프로그래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당시 IMF와 닷컴버블이 횡행하던 시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하는 현재보다 서비스 기획과 구현은 더 나았던 것이다.
최근에 기획된 서비스들 중에서 자리잡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가 얼마나 되는가? 여러분들이 매일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들,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은 물론 오래전에 기획된 것이고, 최근 서비스되어 우리가 가끔이라도 들어가서 사용하는 웹서비스는 각종 웹하드, 다음 블로거뉴스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새로운 것이 없는데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있기 힘든 일이다.

각 나라별 노동시간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효율성이 가장 높을 경우를 협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집단지성의 힘은 막강하게 발휘된다. 하지만 집단지성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의 노동시간은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의 경우와 달리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다. 정보화 사회 이전 산업사회에서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경우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들이 지금에라도 적은 근무시간을 요구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중국과 인도라는 후발주자들의 힘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프로그래머들이라면 얼마든지 현재의 우리나라 프로그래머처럼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과 사주들 사이의 사회적 협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8차 블로그포럼 - 구글 이야기 모임에서 나는 우리나라 풍토가 효율성이 지나치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쫒다보니 업무에서 의무적인 사항이 끝나고, 지시받은 사항(프로젝트)을 완수한 뒤에는 그 당시까지 진행됐던 모든 경험과 자료는 폐기처분된다는 이야기였다. '뒷정리를 누가 하는가?'라는 질문에 '프로그래머들이 한다'라고 답한다면 그건 분명한 오류다. 우리나라에서 뒷정리를 할 프로그래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면 새로운 프로잭트에 참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그 다음 사람들이 비슷한 일을 하거나 당시 일을 수정하려면 최초 개발자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끝냈을 때 뒷정리를 확실히 해 놓는다면 다음에 일을 이어서 할 사람들은 그만큼 수고를 덜 수가 있어서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뒷정리를 하는 것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국내의 정서상 뒷정리를 하는 사람은 없으며, 결국 국가 전체의 생산성은 서서히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이러한 국가적 관습(?)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건 프로젝트가 작은 경우일 뿐이고, 프로젝트가 거대하게 확장될수록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꼭 프로그래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를 설계하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제품을 찍어내기 위한 금형을 위해서 다량의 부품을 한 Set으로 설계를 했다고 한다면..... 이 설계대로 부품들이 제작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상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이건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부품을 제작할 경우에 오류가 발견되거나 확인이 필요한 의문점이 발생했다면 최초 설계자에게 확인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설계를 한 시간이 오래지 않았다면 큰 문제될 것이 없으나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설계자가 세부적인 설계 이유를 기억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는 세 가지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해야 한다.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설계를 완전히 검토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한 번 제조해 보는 것이다. 금형에서 쓰는 제품은 개당 단가가 싼 경우 몇 만원 정도가 보통이고, 단가가 비싼 경우는 수천 만원씩 한다. (자동차같은 대형 정밀제품을 위한 부품들은 수십억원씩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설계상의 의문점이 발견되는 때가 거의 항상 부품가공을 시작한 이후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아주 고가의 부품이 아닌 몇 백만원 정도의 부품은 그냥 한 번 해보는 방법 이외의 대안을 찾기 힘들다.
(이런 경우를 실제로 몇 번 보아왔었다.)
설계시에 설계 이유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남긴다면 어떨까?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에서는 유지보수를 위해 소스코드에 주석달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초기 프로그래머들과는 다르게 최근의 프로그래머들을 평가하는 방법에도 코드를 얼마나 쉽게 짜는가가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프로그래머들이 주석을 충분히 달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해석해서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가는 항상 문제가 될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IT에서 문서화가 항상 문제되고 있다. 개발자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Tistory 서비스만 하더라도 사용자를 위한 문서가 얼마나 되겠는가? 사실 Tistory 뿐만 아니라 Tattertools를 처음 접했을 때도 사용자 설명서는 고사하고 안내되는 문서를 거의 보지 못했다. 고작해야 설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부 포스팅과 짧막한 text문서가 고작이었다.



효율성 문제는 학교교육과 인재 채용 방식과도 연관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최근에는 숙련자들만 뽑는다. 최소한 경력이 1~2년은 되야 원서를 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업종으로 이직을 하려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아주 운이 좋게도 학교를 졸업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장으로 취업하지 못한다면 흥미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 업종에서 평생을 근무하거나 직장을 못 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흥미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거나 일을 못하는 현실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효율성이 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최근에 기업체에서 학교에서 기업체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다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기업체에 보낼 인재를 양산해 내는 곳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기업에서 자사에 맞는 학교를 세우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또는 박사과정까지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은 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당연히 다른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초보자를 꺼리는 방식은 전문인력이 많던 초기에 한 회사라는 단체 입장에서는 높은 효율을 얻을지 모르지만, 각 분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모든 회사라는 단체가 초보자 육성을 하지 않는 최근 우리나라같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잦은 이직이라는 또 다른 저효율성의 문제를 양산해 낸다. 사실상 잦은 이직이 발생하게 된 문제는 두 가지가 있을텐데, 첫번째는 전문인력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부분이고, 두번째는 내부 인력의 평가기준 미흡이다. 결국 회사를 옮겨야 임금이 올라가는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사에는 불만이 없는 상황에서도 회사를 자주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사회 전반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하고싶은 말들은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글은 여기서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사회의 효율성이 낮아지는 이유를 너무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 문제는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다.
어딜 여행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교통 표지판 문제..... 자연보호를 하기 위한 법안과 낚시꾼들의 반발 같은 문제, 민생법률 입안과 국회의 정치싸움 문제들 등등이 도처에서 충돌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IMF 이후에는 전문화되지 못한 각종 서비스업의 문제도 사회의 저효율성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각주:1]

이러한 문제들의 원초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효율로도 잘 돌아갈 수 있었던 농업중심의 사회가 더이상 저효율로는 지탱되기도 힘든 고도 산업중심의 사회로 변화해야 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보니 적절히 변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당장 해결하기란 당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바꾸지 않는다면 먼 미래에도 별로 바뀐 것은 없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들을 다섯 가지 나열해 본다.

1. 생산이라는 개념의 재정립
2. 교육이라는 개념의 재정립
3. 초보자 선발 의무화
4. 정치인들의 무임금제
5. 봉급의 현실적인 개선

  1. 나는 열쇠 하나 복사하기 위해서 열쇠집을 10곳 이상을 전전한 적도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