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PowerShot A75 | 5.40625mm

↑작은인장·오우옥(피요테)

누군가 ‘언론(言論)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구호를 외치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번듯한 언론관련 학과의 수석 입학생이나 수석 졸업생이 법과대학으로 이적(移籍)하면 여러 사람들이 “이럴 수가…”라며 크게 이야기한다. 한자(韓子)조차 모르는 언론계열 학과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탄식도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신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언론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언론 사랑’은 어느새 한국인의 두뇌 속에 각인된 것이다. 또 앞으로 얼마간은 언론사의 조사, 취재, 보도, 광고, 비판이 많은 한국인들의 알 권리의 보장에 목매달고 있어야 할 처지를 감안하면, 언론의 자율권 보장은 긴박한 국가 과제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구호가 애절하면 애절해질수록 한국 사회가 언론의 자율권 보장만으론 안 된다는 공감대도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언론 출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점점 더 무시하는 판에 언론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보장한다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언론학과 대학 교수들, 언론 출신 경영인들, 그리고 언론계 관료들이 정성 들여 펼쳐온 언론의 자율권 보장 캠페인은 몇 년 안에 쑥스러운 착각이 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가 언론의 자율권 보장에만 붙잡혀 있을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고 사회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이유는 세계 문화의 통합 과정에서 각 나라의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많은 문화인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다녀오면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한다. 이는 언론에서는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두 나라와 동남아 국가, 인도가 이제 전 세계에 값싼 기사들을 공급하는 거대한 언론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한때 일본 기사가 선진국 언론시장에 공급됐고, 이어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세계 물결로 한국 언론이 발 붙일 곳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언론계 출신 기자의 글에 대해서 무수한 오류와 편파 지적을 당한 시기와 중국·러시아 언론의 부상(浮上) 시기는 딱 맞아떨어졌다.[각주:1]

구닥다리 언론 전문가들은 ‘그래도 기사 작성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최상’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통계만을 보라.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언론매체 중 매출 증가와 함께 기자의 숫자를 늘린 회사는 일부 TV 방송매체 이외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에서는 기자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언론사들은 지난 5년 동안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사주와 경영진의 재산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한국의 주력 언론인 TV, 신문, 잡지들도 앞으로 5년 사이 국민의 알 권리를 더 많이 외면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사회 구조가 뒤바뀌었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왜 언론이 매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데 국민들이 아는 것은 점점 줄어드는가’라는 의문을 더 이상 제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언론계 대학 지원을 그만두자거나, 언론을 포기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인터넷 기업 등에서 언론 교육을 받은 인재가 더 필요해졌다.

게다가 천재성을 갖춘 소수의 기자들에게는 좀 더 투자하고, 블로그나 인터넷 언론 분야 같은 새로운 영역을 국사업으로 지원할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찬성 투표를 해줄 것이다.

다만 언론계 출신들이 갈 만한 일터가 골 잔치가 끝난 축구장처럼 허전하다면 한국 사회는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영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서 두 배 더 빠르게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인터넷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더 명확히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도 규제 개혁과 올바른 인터넷 문화가 이루어지면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 위기론(論)을 앞세워 전국의 언론계 대학이 고만고만한 졸업생을 붕어빵 찍어내듯 쏟아내고, 정부가 대학과 산하 연구소에 연구비를 나눠먹기식으로 살포한다면 한국 사회가 가고 있는 큰 방향과 맞지 않는다. 특히 언론 살리기가 무슨 숭고한 애국운동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 살리기 전략인 것처럼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작은인장·블로거]

ps.
이 글은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국장의 2007년 7월 13일 글을 읽고 너무 황당하여 수정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1.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언론의 부상은 낚시글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중동의 글들 엮시 대부분 낚시글이기 때문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