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려서 초등학교~중학교에 다닐 때에 식사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먼 산을 바라본다고 아버지께 상당히 많이 맞았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아버지도 좀 '욱!'하는 성격이 있으셔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고 쿡 쥐어박으시곤 했죠. 하지만 당시에는 왜 먼 산을 그리 바라보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자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자꾸 먼 산을 바라보는 걸 스스로 막을 수도 없어서 상당히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은 내가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이 보기 싫어서인 면도 있겠지만, 빨리 그 버릇1을 고치라는 의미였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 그 때를 회상하면서 (또 다른 우리 아버지가 되어가는) 예비 엄마, 예비 아빠들을 위해서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에 대해 글을 씁니다.2
아래에 접어놓은 부분은 읽기 싫으신 분들은 안 읽으셔도 좋습니다.
사람은 동시에 한 가지 일만을 할 수 있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는 거의 상상을 하는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고, 또한 상상력도 또한 증가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먼 산을 본다”고 했는데, 이것 또한 별로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먼 산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현실로 돌아와서 나 자신을 살펴보면 공상을 하고 있었거나, 어떤 일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있었거나, 새로운 현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8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 속을 휩쓸고 지나가는 신호의 회오리(전기폭풍)의 중요성은 그 아이의 머리 속의 뇌의 성장과도 관련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뇌 전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뇌의 어떤 부분을 더 발달시켜야 하는지 찾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지 않을까요? 따라서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심하게 혼을 낸다면 심리적 불안정이나 위축, 혹은 비정상적 발달을 가져와서 어른이 된 다음에 콤플렉스를 갖거나 성격장애, 대인기피증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겁니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이제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시겠죠?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는 그냥 놔둡시다. 그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먼 산을 못 보게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 먼 산을 바라보는 일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면 여러 가지 청각이나 시각,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을 자극해 주어서 외부로부터의 조건변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촉각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되도록 촉각적인 것은 자제하고,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간접적인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먼 산을 바라보는 방향에 손을 몇 번 흔들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ps.
- 아버지는 아마도 번 산을 바라보는 것이 버릇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 상당 부분은 경험이고, 상당 부분은 이론이랍니다. [본문으로]
- 여기서 책을 보면서 읽는 겉 같이 한 가지 일에 묶인 여러가지 일은 한 가지 일로 칩니다. [본문으로]
- 그래서 우리의 무의식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이성적 의식이 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뛰어난가 봅니다. [본문으로]
- 컴퓨터에서의 단일처리 시스템과 분산처리 시스템(멀티태스킹)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 성인들도 경우에 따라서 먼 산을 보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죠. 특별히 고민스러울 때라든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라든지……. [본문으로]
- 이건 제가 먼 산을 자주 바라보는 편이었기 때문에 경험으로부터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 때때로 이러한 '먼 산을 바라보는' 행동의 결과로 아주 재미있고, 생각해 내기 힘든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공상으로 그치거나, 그 결과가 재미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비논리적이거나 앞뒤가 엉뚱한 그런 것이 많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블로그의 상당수의 글들은 아직도 먼 산을 바라봄으로써 쓰이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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