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성장곡선의 다른 관점
고친날 : 2005.12.01
내가 라이브바둑에서 두자리 급수들 데리고 바둑강의를 할 때였다. 난 그리 고수가 아니니까... 어려운 내용을 가르칠 실력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소질은 타고난 편이었기 때문에 기력이 약하면서도 쉽게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둑의 기본적인 규칙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초보도 쉽게 알 수 있다(?)... 기보다는 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그 간단한 규칙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그에 필요한 노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바둑이라는 것이 다른 공부와는 다르게 즐기면서 하는 것이기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초보들을 살펴보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의 능력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내가 강의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들을 마구마구 쏟아낸다. 신기한 것은 이 능력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차 무뎌저서 10급이 넘어가면 어려운 질문을 할 능력이 크게 감소한다.
초기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구마구 어려운 질문들을 쏟아내는 그 순간을 1단계라고 하자. 이 1단계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재능이란 것이고, 선천적인 한계를 갖고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면 점차 성장하면서 우리 실력이 수렴하는 한계를 2단계라고 부를 수 있겠다.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공부한만큼 실력이 는다. 하지만 어느정도 이상의 수준이 되면 1단계의 한계 내에 많은 불규칙적인 요동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초반에는 매우 낮은 실력을 보일 경우도 있고, 매우 높아서 전문가의 사고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 순간에 우리는 스스로 타고난 모든 수준의 능력치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능력치들은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선천적인 것으로 후천적인 요인에 별로 영향받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점차 실력이 안정적인 상태로 되어갈 때에 낮은 실력을 보이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지만, 반대로 높은 수준의 실력을 보이는 경우도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을 하면서 받아들이는 수많은 개념과 경험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2단계의 한계는 1단계의 한계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요약해서 1단계에서 2단계로 진행해 가는 동안에 우리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선배들을 통해 배우지만 반대로 많은 능력치의 제약도 배우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 배우냐에 따라서 배움의 시간의 길이와 배움의 수준의 높아도 결정되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자신에게만 특출나게 높은 1단계의 한계(타고난 재능)를 어떻게 발견할 것이냐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어떻게 1단계의 한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2단계로 옮겨갈 수 있느냐(교육하느냐) 하는 것이다.
첫번째의 타고난 재능의 발견은 오로지 경험과 흥미를 통해서일 수밖에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행동과 말을 자세히 관찰하면 어렸을 때에 좀 더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어렸을 때는 흥미는 재능과 반대로 나타나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두번째는 교육에 관련된 문제인데, 이는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나 실력이 뛰어난지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스포츠팀 감독의 경우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감독의 경우는 방향만 지시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승도 굳이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기본만 알면 누구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는데, 그 기본은 그 재능에 대한 경험과 철학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위의 성장곡선은 프랙탈이라는 점이다. 즉 성장곡선의 일부분을 잘라보면 그 안에서 또다시 위의 성장곡선을 볼 수 있다.
학원 강사들이 학교 선생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도 결코 학교 선생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이 부분 즉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학교 선생들도 철학이 없기는 매한가지지만....
끝...
뱀발 :
이제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뭐 일종의 경험이라고 생각해도 될듯하다.
나는 어렸을 때 재능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냥 발현됐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재능의 발현을 끝까지 이끌어갈 환경도, 나의 의지도 부족했다. 물리학이란 것이 일반적인 다른 학문과는 달리 비교적 일찍 승부해야 하는 학문들이다보니 한 번 흐트러진 진로를 다시 되돌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솔직히 나의 물리 수준은 (대부분의 물리에 뜻을 품었다 포기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1단계와 2단계의 사이쯤 된다. 글쎄... 아직까지...... 나에게 2단계의 한계가 완전히 설정된 것도 아니고, 2단계의 한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게 설정됐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면서 결국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 버린듯 하다.
아이를 지도하는데 있어서... 중학교 때까지는 미리 공부시키는 것이 크게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고등학교~대학교 저학년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재능을 찾고 공부를 착실히 했다고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 나의 경우 재능을 찾아 2단계로 넘어가려는 순간 군대에 갔다온 경우가 될듯 싶다.
내가 만약 여자였고, 그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변했을까?? 아니면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뱀발 : 추가 2007.04.15
학원 강사들이 철학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학부모와의 관계, 학생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더 나아가서 학부모들이 학원 강사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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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급을 따고 바둑을 그만두었는데, 이 성장 곡선 이론은 참 잘 들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