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한근태 (kthan@eklc.co.kr)/한국리더십센터 소장


겸손하고 관대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슴에 품은 그는 자신을 갈고 닦아 좋은가정, 좋은조직, 좋은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를 역임한 그는 현재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으로 한경비지니스에 고정칼럼인'경영수필'을 연재했고, '리더의 4가지 역할'중심으로 경영혁신 및 지식경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싹싹하고 친절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굴도 잘생겼고 무슨 부탁이든지 시원하게 네, 네하며 대답한다. 처음 그를 만나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다. 환경변화와 기업구조, 경영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이 많아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거란 생각에 도움을 요청했다. 쓴 글을 봐주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관련자를 소개해주고... 구체적인 날짜를 잡지는 않았지만 1주, 2주가 지나도 아무 대답이 없다. 어렵게 지난번 약속한 것에 대해 물어보니 잊었다며 미안해 한다. 그럴 수도 있는 법이라 생각하고 다시 약속을 했지만 약간 미심쩍었다. 그가 명석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않고 적지를 않는데 과연 그가 그 많은 얘기와 약속들을 기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아니나다를까 약속한 날짜가 됐지만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다.

같은 계통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그를 소개시킬 기회가 있었다. 친구는 그의 전문성을 높이 샀다. 시간이 흐른후 친구는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내게 은근히 불평을 한다. 같은 계통이고 아는 것도 많고 친절해 그를 몇 번 만났단다. 많은 얘길 나누고 도움을 주고 받자고 여러 약속을 했는데 그가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듯하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 어째 그 모양이냐고 내게 불평을 하는데 그를 소개한 나로서는 참으로 입장이 난처했다.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그의 대학동창을 통해 그의 별명이 '부도수표'란 것을 알게 되었고 참으로 기막히게 잘 지은 별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머리 좋고 유능하고 친절한 사람이 그런 불명예스런 별명을 갖게 된 것은 기록하지 않는 그의 나쁜 습관에서 기인한 것이다.

조선왕조는 500년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파싸움이니 뭐니해서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는 꿈도 못꾸는 500년 정권을 유지했던 데는 남다른 노하우가 있었을 것이고 조선의 기록문화가 거기에 일조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경복궁 근정전 국무회의에는 왕을 포함한 국무위원 외에 두 명의 기록관이 항상 배석했으며 한 명은 국무회의에서 오고 가는 모든 말을 기록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표정이나 분위기 등 회의와 관련된 사항을 전부 기록했다. 요즘말로 하면 회의 장면을 모두 비디오로 뜨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철저히 기록을 하면 말을 신중하게 하고, 못지킬 약속은 하지 않고, 한번 약속한 것은 지키고... 이런 것이 결국 반듯한 정치로 연결되어 500년 동안 정권을 유지케 한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기록을 잘 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록을 잘하게끔 도와주는 도구 또한 오랜 세월 발전하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주부들이 사용하는 가계부는 그 모양 그대로이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회사에서 나눠주던 수첩(다이어리)은 전혀 변하질 않았다. 바인더는 총천연색으로 다양하게 있지만 안에 있는 내용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다. 연말이나 연초면 기존의 수첩에 있던 주소와 전화번호를 새로운 수첩에 옮겨야 하고, 주소용 전자수첩과 업무용 수첩을 같이 가지고 다녀야 하고, 컴퓨터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어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 기록은 하지만 한 곳에 모아져 있지 않아 정작 업무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회사사명서의 가장 모범적인 예로, 유아용품과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존슨앤존슨을 꼽는다.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1943년에 '우리의 신조(Our Credo)' 라는 회사사명서를 만들었다. 이 사명서가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진통제 타이레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투입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였다. 존슨앤존슨은 공중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회사사명서에 따라 이 사실을 즉각 공표했고, 범인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했다. 이 조치로 존슨앤존슨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시장 점유율은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이전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공중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회사사명서에 따른 존슨앤존슨의 즉각적인 행동은 더 강력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현재 선진국은 플래너라는 진화된 도구를 사용하여 개인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22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플래너는 단순히 주소록과 달력을 더해놓은 다이어리가 아니다. 기존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이를 이루게끔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연간, 월간, 주간, 일간으로 나누어 성취하게끔 도와주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록의 중요성 못지않게 이를 도와주는 도구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옮긴이추가 :

그는 선천적으로 output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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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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